사라진 이스코, 솔라리와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입력 2019-02-09 06:00
게티이미지뱅크

레알 마드리드 이스코는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 구상에 없는 것일까. 지난해만 해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 주역으로 활약했던 그의 자리가 없어졌다.

767분. 이스코가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벤치에서 보낸 시간이다. 초라해진 이스코의 입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1군으로 등록된 선수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이스코의 뒤를 이어 세비야의 브라이언 길(687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프란시스코 몬테로(525분), 에스파뇰의 빅토르 산체스(519분)가 그 뒤를 이었다.

솔라리 감독은 최근 실험적인 승부수도 수차례 띄웠다. 주축 공격수인 카림 벤제마와 가레스 베일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팀이 과도기를 겪는 와중에 빈자리는 신예들에게 돌아갔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출전시간을 높였고, 페데리코 발베르데 역시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크리스토 곤잘레스와 브라힘 디아즈도 교체로 점점 출전시간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스코의 자리는 없었다.

솔라리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이스코를 외면해왔다.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스페인 대표팀에선 최근까지 풀타임을 뛰며 전술의 핵으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솔라리 감독은 유독 이스코에게만 차가웠다. 최근 이스코는 솔라리 감독을 비판하는 SNS 게시글에 동의를 뜻하는 ‘좋아요’를 누르면서 관계는 더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것도 오래전이다. 지난해 11월 바야돌리드와의 리그 11라운드에서 도움 한 개를 추가한 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제한된 시간만 부여받으며 실전 감각을 잃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비록 레알에서 자리를 잃었다곤 하나 이스코에게 매력을 느끼는 클럽들은 많다. 지공 상황에서 볼을 소유하고 전진하는 플레이에 매우 능한 선수인 만큼,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 축구를 하는 클럽들은 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 이탈리아 유벤투스가 그의 차기 행선지로 꼽힌다.

특히 레알이 이번 여름 첼시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의 영입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 이스코를 첼시와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 둘 가능성이 크다. 이스코에 현금을 얹어 최대한 낮은 이적료에 아자르 영입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아자르와 첼시의 계약 기간은 내년 여름 종료된다. 아자르가 끝내 재계약을 거부한다면 첼시로서도 이번 여름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레알행 의지를 나타낸 아자르는 첼시와 재계약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 첼시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서 아자르를 잃게 된다면, 이스코는 차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