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틀리는 정부 세수 계산, ‘경기 어렵다면서 세금 더 걷은 꼴’

입력 2019-02-09 04:00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해 정부의 세수 계산이 또 틀렸다. 전망치보다 실제로 걷힌 세금이 더 많았다. 심지어 그 차이는 25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 돈을 많이 써서 경기 부양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라 곳간만 채운 셈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예상보다 수입이 더 많으면 긍정적이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그렇지 않다. 정부는 세수 전망을 토대로 재정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정하기 때문이다. 정부 예측 정합성이 높아야 필요한 곳에 적절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

정부는 세수추계 오차를 줄이기 위해 연내에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세수추계 모형을 개선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여 계산 정확도를 높인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재부가 2017년 8월 정부 예산안을 짜며 내놨던 세수 전망치는 268조1000억원이었다. 실제로는 정부의 전망치보다 25조4000억원이 더 걷혀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의 예측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틀렸다. 예산과 비교해 총세입은 2016년 3조494억원, 2017년 9조6306억원 많았다.

정부는 초과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발생한 원인으로 반도체 호황과 주식·부동산 시장 호조를 꼽는다. 지난해 법인세는 정부 예상보다 7조9000억원 더 걷혔고, 소득세도 11조6000억원 많았다. 지난해 4월 다주택자 중과세 시행 전에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늘어 양도소득세가 예상보다 7조7000억원 더 들어왔다. 여기에 지난해 상용직 근로자 증가와 명목임금 상승으로 근로소득세가 2조3000억원 더 걷힌 점도 주효했다.

초과세수는 가계 입장에는 ‘보너스’와 같다. 얼핏 보면 나라 전체적으로도 살림이 흑자이고 그만큼 재정 여유가 있다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정부가 지난해 경기 부양이나 복지 강화 등 필요한 곳에 돈을 더 쓸 수 있었음에도 예측을 잘못해 그러지 못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 경기 활력을 제고한다는 정책 기조를 강조해왔다. 나라 곳간을 최대한 열어 돈을 푼다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잘 이뤄졌다면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안 된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재정을 더 풀어 경기 부양에 힘썼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가 어려운데도 정부가 세금을 더 걷은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지출 규모를 보수적으로 편성하면서 초과세수가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수추계 오차를 줄이기 위해 절차부터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투명성을 높인다. 현재는 기재부가 세수추계를 전담하고 있지만, 세수추계 태스크포스(TF)를 별도로 구성해 기관별 전망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TF에는 기재부와 국세청 관세청,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참여한다.

세수추계 모형도 개선한다. 해외에서 활용하고 있는 소득세, 법인세 미시 시뮬레이션 모형을 개발해 분석에 활용한다. 세수추계 기관 책임성도 강화한다. 조세총괄정책관의 업무 성과를 세수추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했는지 반영해 평가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또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세수추계의 전제와 전년도 오차 원인 분석, 개선사항 등을 공개키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문연구직을 채용해 세수추계 전담 인력을 보강하겠다”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세수추계 분과도 신설해 민간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