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위급·실무·의전 등 다양한 북·미 간 채널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2차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주스페인 북한대사가 마주 앉은 실무협상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비건 특별대표는 평양에 있다”고 밝혔다. 또 앞서 일부 언론에서 전날 늦게 비건 특별대표가 미군 수송기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보도는 “오보”라고 설명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6일 방북, 김 전 대사와 이번 2차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를 놓고 치열한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가 돌아오는 대로 북·미 간 다양한 접촉 채널이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와 김 전 대사가 만나는 실무협상 채널은 비핵화 문제와 공동선언문 조율 등 가장 핵심적인 사항들을 다루기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정상회담 직전까지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협상은 계속됐다. 성 김 대사와 최 부상은 판문점에서도 여러 차례 만났고,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서도 막판까지 협상을 진행하며 공동선언문을 조율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베트남에서 오는 27∼28일 열리기로 발표됐지만 구체적인 개최 도시는 아직 미궁 속에 있다. 북한 대사관이 있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경호와 보안에 용이한 휴양도시 다낭이 유력 개최지로 거론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 역할을 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베트남으로 떠나 의전과 경호 등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에선 김 부장의 기존 카운터파트였던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후임인 대니얼 월시 부비서실장이 의전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 의전 채널도 지난해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개최 도시 발표에 앞서 의전 채널이 움직인다면, 이들의 동선을 통해 개최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하고 있다. 지난달 김 부위원장은 미국으로 가서 폼페이오 장관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났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 때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까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고위급 회담 채널은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는 따로 추가적인 접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미 간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냈고, 세부적인 사안들은 비건 특별대표와 김 전 대사 간의 실무협상에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비건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실무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정말 중요하다”며 “실무협상이 막판까지 이어진다면 비핵화 문제를 양측이 끝까지 논의하면서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2차 정상회담의 성패가 실무협상에 달린 것이다. 이어 박 교수는 “의전 채널은 현지로 가서 확인하는 작업을 조만간 할 것이고, 총책임을 맡은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도 막후에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