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女 48% ‘자녀 없어도 괜찮다’… 첫째아이 경력단절 65.8%

입력 2019-02-08 15:22
픽사베이

미혼남녀 사이에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생각의 변화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큰 폭으로 나타났다. 출산 및 양육에 대한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치우쳐 있고, 일·가정 양립 제도가 부족한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혼 인구의 자녀 및 가족 관련 생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44세 미혼 남녀 24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혼여성의 48.0%가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답했다. 미혼남성은 28.9%였다. 반면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미혼여성 19.5%, 미혼남성 33.6%로 나타났다.

2015년 조사에선 미혼 여성의 29.5%, 미혼 남성의 17.5%가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답했다. 자녀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혼 여성은 연령대마다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생각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없어도 괜찮은 이유에 대해 남성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7.7%)를 1순위로 꼽았다. 반면 여성은 ‘자녀가 있으면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32.0%)가 첫 번째 이유였다.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은 남성 2.4%, 여성 5.8%로 집계됐다.

변수정 연구위원은 “자기 시간·여가 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사회 진출과 결혼 후에도 경력을 유지하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는 더 커졌지만 자녀가 생기면 자기 일을 포기하는 상황이 여성에게 더 빈번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가정 양립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는 이런 여성들의 현실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자녀 임신 직전 취업 중이었던 기혼 여성들은 첫째 자녀 출산 전후로 65.8%, 둘째 자녀 때 46.1%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경력단절 비율이 낮아진 건 첫째 자녀 임신·출산 이후 경력이 끊긴 여성들이 상당수 빠졌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고용형태에 따른 격차도 컸다. 2011년 1월 1일 이후 아이를 출산한 여성 노동자의 경우 정규직인 상용직 노동자는 58.2%가 출산 전후 휴가를, 43.3%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반면 임시·일용직 노동자 가운데선 6.6%와 1.8%만이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지혜 보사연 전문연구원은 “직장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일·가정 양립제도 이용에 조금 더 허용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하다고 볼 수 있는 직종이나 임시·일용직노동자, 개인사업체 등은 여전히 제약 조건이 많았다”며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