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두 대통령’ 베네수엘라, 해법이 안보인다

입력 2019-02-08 14:55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미국의 내정간섭을 반대하는 10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자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경제 위기에 이어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중남미 국가들이 나섰다. EU와 중남미 13개국으로 이뤄진 국제교섭그룹(ICG)은 7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베네수엘라 사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첫 회의를 열고 “공정한 대선 재실시와 국제 사회의 개입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이 “마두로와 대화할 시간은 오래 전에 지났다”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 압력을 강화하고 나섰고, 마두로 대통령은 해외 원조 거절에 이어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며 1000만명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갈등 국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ICG가 회의를 통해 미국이나 일부 우파 중남미 국가들이 취해온 것처럼 특정 편을 옹호하는 방식보다는 불간섭주의적 접근 방식을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더 많은 고통과 혼란을 피하려면 자유롭고 투명하며, 신뢰할만한 대선을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치르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ICG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 제공과 재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실무 사절단을 이른 시일 내에 파견하겠다”며 “강압적인 외부 개입은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미 국무부의 엘리엇 에이브럼스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는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후안 과이도 뿐”이라며 마두로의 퇴임과 관련한 협상 외에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두로를 ‘전직 대통령’이라고 부른 에이브럼스 특사는 다른 국가들도 마두로가 아닌 과이도 임시 대통령을 상대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또 이날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 100t을 실은 트럭들이 베네수엘라와 접한 국경 도시인 콜롬비아 쿠쿠타에 보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이 해외 원조를 거부하며 국경 다리를 봉쇄한 상황이라 베네수엘라로 반입되지는 못하고 있다. 앞서 베네수엘라에서 반(反)마두로 운동을 이끄는 과이도 국회의장은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호소한 바 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인도적 지원을 빌미로 내정간섭에 나설 것이라며 원조 거부를 선언한데 이어 국민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