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에 대한 집중 견제, 비박은 “친박”, 친박은 “친박 아니다”

입력 2019-02-08 11:30 수정 2019-02-08 13:45

자유한국당 당대표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겨냥한 상대 주자들의 견제가 거세다. 비박(비박근혜) 성향의 후보들은 황 전 총리를 겨냥한 ‘친박(친박근혜) 프레임 씌우기’에 골몰하고 있고, 친박 성향의 후보들은 “황 전 총리는 친박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친박과 비박 후보들이 모두 황 전 총리를 공격하는 현상 자체가 한국당 전당대회 구도가 ‘황교안 1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 당권주자인 정우택 의원은 8일 “황 전 총리는 친박인가. 아니다. 그는 친황(친황교안)계를 원한다. 친박은 결국 그에게 굴레일 뿐”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정 의원은 범친박 성향의 주자로 분류된다.

정 의원은 “황 전 총리는 아직 미숙하고 불안한 후보라고 단언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황 전 총리는 한국당의 미래인가. 아니다. 당을 과거로 돌릴 것”이라며 “그는 대안이 아닌 잠시의 바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전 총리에게는 정치인에게 필요한 희생과 헌신이 없다. 기회를 포착하는 타이밍만 있을 뿐”이라며 “그에게 당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도 7일 TV조선 프로그램에 출연해 황 전 총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유 변호사는 ‘황 전 총리가 친박이냐’ 질문에 “자신을 법무부 장관과 총리로 발탁한 분이 수감 중인데 인터넷에 떠도는 수인번호(503)조차 몰랐다? 거기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에게 몇 차례 접견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일도 공개했다.

비박 성향 주자로 분류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황 전 총리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오 전 시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유 변호사의 인터뷰를 계기로 우리 당은 진짜 친박이냐 가짜 친박이냐의 논쟁으로 다시 접어들고 있다”며 “박근혜가 좋아하는 진짜 친박이냐의 논란 속에 빠져든 황교안, 이것이 그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전 총리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논란으로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전 시장은 7일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출마 선언식에서도 황 전 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황 전 총리는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정치 초년생이다. 그분의 가슴팍엔 ‘박근혜’라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병역 문제나 (변호사 수입) 월 1억원 등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 사람을 당의 얼굴로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도 했다.

황 전 총리는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주자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겹친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 연기에 동조하고 있다. 유력주자로 꼽히는 황 전 총리를 추격할 시간을 벌고, 현재의 판세를 뒤흔들 만한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