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국내에서는 찬바람, 해외에서는 순풍에 돛 단 새마을운동.

입력 2019-02-08 11:21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1970년대 초 농촌 근대화를 위해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국내외에서 엇갈린 운명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찬바람을 맞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한류 바람과 함께 순풍에 돛을 달았다.

광주광역시는 “오는 11일 개회하는 광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새마을장학금 지급 조례를 폐지하기 위한 심의가 진행된다”고 8일 밝혔다.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아온 새마을장학금이 40여년 만에 중단될 공산이 커졌다.

장연주 김광란 신수정 정무창 최영환 의원이 공동 발의한 폐지 조례안은 특정단체 회원 자녀에게만 장학금이 지급돼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장 의원 등은 “새마을장학금은 중복수령 등의 문제도 적잖다”며 “지난해 광주시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즉시 폐지를 결정해 장학금 지급의 근거가 된 관련 조례를 폐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새마을장학금은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인 1975년 당시 내무부 준칙에 의해 새마을장학금지급조례가 전국적으로 제정된 게 계기가 돼 처음 지급됐다.

광주시 역시 1978년부터 ‘광주시 새마을장학금 지원 조례’를 근거로 40년 넘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직할시로 승격된 1986년 11월에는 새로 ‘광주직할시 새마을장학금 지급 조례’를 자체 제정했다.

시비 50%, 구비 50%로 충당하는 새마을장학금은 시와 5개 자치구에서 2017년의 경우 1억800만원, 지난해는 2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1인당 평균 163만원씩이 지급된 새마을장학금은 2년 이상 활동한 새마을지도자 자녀들에게 혜택이 주어졌다.

하지만 혈세가 특정단체 회원 자녀들에게만 지급되면서 특혜 논란이 줄기차게 제기되는 등 논란이 반복됐다. ‘유신 적폐’라는 비난 속에서 중복 수령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광주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새마을장학금 특혜 폐지 시민회의’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새마을장학금 수혜자 572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78명이 2회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시는 실태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해 ‘새마을지도자 한 명에 평생 1회’만 장학금 수혜 혜택을 받도록 개선 조치를 취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광주시 지방보조금심의위는 지난해 10월 새마을장학금 지급의 명분이 불합리하다며 즉시 폐지를 결정했다.

심의위는 지방재정법에 따른 지방보조금 운영평가에서 “지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2019년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한 데 이어 시의회가 조례 폐지에 나서게 된 것이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올해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새마을장학금의 토대가 사라졌지만 수십년동안 관변단체로 자리매김해온 새마을회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정작 관련 조례는 그대로 존속돼왔다.

1969년 박정희 정부에 의해 명명된 새마을운동은 광주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찬밥신세다.

새마을운동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경북 구미시는 지난해부터 기존 새마을과의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이다.

시는 이를 위해 ‘행정기구 설치 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구미시는 새마을과 명칭을 시민공동체과로 바꾸고 시민공동체과에 새마을계를 두는 조직개편을 금명간 단행할 방침이다.

새마을과를 새마을계로 격을 낮추고 현안사업과 업무비중도 줄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구미시새마을회 등 7개 단체는 “새마을운동 종주 도시인 구미시가 새마을과 명칭을 시민공동체과로 바꾸려는 것은 새마을 관계자들의 그동안 업적과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새마을 깃발도 찬서리를 맞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일부 자치구 등은 새마을 깃발이 유신잔재라며 1970~80년대까지 의무화된 새마을기 게양을 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새마을기 게양은 자율로 바뀌면서 각 단체장 등의 재량으로 게양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몰지각한 새마을운동 집행부의 비리로 존폐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1981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 전경환씨가 1988년 7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새마을운동은 중대 고비를 맞았다.

전 전 대통령의 연장선상에서 집권한 노태우 정권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 진정한 직선제를 통한 민주화 정권이 들어서면서 새마을운동은 깊은 쇠락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새마을운동이 이처럼 좌초 위기에 빠진 반면 해외에서는 제2의 중흥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마을운동은 한류 바람을 타고 아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새마을마크는 한류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늘어난 농가소득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새마을금고의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미얀마와 우간다에 11곳과 5곳이 문을 연데 이어 올해는 100여곳이 추가로 설립될 예정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지난해 12개국에서 ‘지구촌 새마을 협력관’을 현지 선발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성과를 거뒀다. 이 단체는 현지에서 곡물 씨앗을 지원하는 등 원주민들을 활발히 돕고 있다.

대표적 지원 협력사업은 ‘내 집 만들기’ ‘내 농장 만들기’ ‘공동 우물 설치’ ‘목욕탕 건립’ 등으로 주거와 농업환경 개선이 대부분이다.

이 단체는 그동안 몽골 캄보디아 등 100여개국에서 5만여명이 새마을 운동을 배우기 위해 국내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2006년에는 중국 후진타오 주석 등이 새마을운동을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후진국 탈출’의 해법이자 국가 개조 프로젝트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새마을운동이 해외에서 더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특정 대통령의 업적을 떠올리게 만드는 새마을운동의 운명은 이념적 논쟁과 계승여부에 대한 입장이 나뉘면서 국내외에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새마을운동의 의미와 성과에 대한 해석이 계층별 지역별로 다른 만큼 더 많은 시민사회의 토론과 평가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