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걸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심혈관 질환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혈관 질환은 전세계 사망 질환 1위이며 국내 3대 사망 원인이다. 심혈관 질환의 원인으로 흡연과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약 20%의 심혈관 질환에서는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다.
이런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에 자궁경부암 바이러스가 관여한다는 것이어서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주은정, 장유수, 유승호 교수팀은 HPV 검사를 받은 30세 이상의 건강한 여성 6만3411명을 대상으로 고위험 HPV 양성 그룹과 음성 그룹으로 나눠서 5년간 심혈관 질환 발생 여부를 추적 관찰한 연구논문을 미국 심장학회 학술지(Circulation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고위험 HPV 양성 그룹이 음성 그룹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1.25배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이 8일 밝혔다.
특히 비만과 대사증후군 유무에 따른 발생 여부를 비교한 결과, 비만한 여성에서 고위험 HPV 양성 그룹은 HPV 음성 그룹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1.73배 높았고,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경우는 1.99배 증가했다.
HPV(human papillomavirus)는 지금까지 100여개 이상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중 13가지 유형(16, 18형이 대표적)의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13가지 유형의 바이러스 감염 유무에 따라 고위험 HPV(High risk HPV) 양성과 음성으로 나눴다.
HPV와 심혈관 질환의 상관성에 대해 주은정 감염내과 교수는 “HPV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자궁 경부(자궁 입구)에만 존재해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면역력 이상이나 대사증후군 등으로 HPV가 혈액 내로 침투하게 되고 침투한 HPV가 혈관을 타고 다니며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장유수 교수는 또 “국내 여성의 고위험 HPV 감염률은 10% 내외로 여성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고위험 HPV 감염 상태에서 비만 또는 대사증후군이 생기면 심혈관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비만하거나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