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 검찰이 사실상 증거조작을 방치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으로 간첩으로 몰려 피해를 입은 유우성씨와 동생 유가려씨에게 문무일 검찰총장이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 사건 수사·공판검사는 국정원의 인권침해 행위와 증거조작을 방치하고 계속적인 증거조작을 시도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8일 밝혔다.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은 탈북자 출신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씨가 밀입북을 반복하며 탈북자 관련 정보를 동생 유가려씨를 통해 북한 당국에 넘겼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2013년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증거조작·은폐, 가혹행위 등 의혹이 불거져 유씨는 2015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의 최초 조작증거였던 2013년 9월 27일자 영사확인서의 출·입경 기록에 대해 당시 공판검사가 검증을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공판검사가 국정원 수사팀으로부터 제출받은 조작 증거의 출처나 신빙성, 영사확인 경위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국정원 측이 재차 영사확인서의 허위작성을 시도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정원 수사관들이 유가려씨에게 “오빠는 간첩”이라는 진술을 얻기 위해 가혹행위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수사관들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법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유가려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로 ‘진실’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나 수사 기록에 넣지 않았다. 법정에서는 “(유가려씨가) 횡설수설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허위 증언했다.
국정원 수사팀이 사건 증거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정황도 확인됐다. 조사결과 검찰과 국정원 측이 유우성씨의 밀입북 근거로 재판부에 제출한 사진은 위치정보가 왜곡돼 있었다. 사진의 위치정보는 검찰 측이 주장한 북한 회령이 아니라 중국 연길에서 찍힌 것으로 파악됐다. 유우성씨는 진상조사단과의 면담에서 “국정원 수사 당시 ‘연길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진술했으나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유우성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탈북자들에게 상금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탈북자 김모씨는 유우성씨의 1심 재판에서 “유씨가 북한 보위부 일을 한다고 그의 아버지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법정 증언 하루 전날 수백만원의 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총장이 유우성씨와 유가려씨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대공 사건의 경우 검찰이 국정원이 제공하는 자료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없는 만큼 검증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