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제안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계약은 조건부이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인수제안서를 받아들이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최종 인수자는 삼성중공업이 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제안서 공문을 받고 경영진 회의를 여는 등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경영진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투자제안서를 받은 직후 설 연휴가 있어서 방향성에 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제안서를 보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조선업에 의지가 크지 않고 강성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을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으면 현대중공업과 인수 본계약 체결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중공업이 포기하면 본계약 체결은 3월 8일 이전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의 제안서 회신 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만약 28일 제안서를 내면 산업은행은 다음 달 4일까지 제안서를 평가해 인수자를 결정한 뒤 8일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회신 기한 전에 인수 제안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대중공업과 계약 체결이 앞당겨지게 되는 것이다.
업계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인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고, 삼성그룹이 조선업에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점 등으로 불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의 강성노조에 대한 삼성그룹의 거부감도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인수제안서에 대해 검토할 시간도 촉박하게 주어졌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지난해 10월 말쯤부터 3개월 정도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1개월 안에 검토를 마쳐야 한다.
인수 조건도 삼성중공업에 다소 불리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인수의향자를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인수의향자인 현대중공업과 주식 교환을 통해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계약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