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윤한덕 센터장 집무실·간이침대 ‘뭉클’

입력 2019-02-08 08:00 수정 2019-02-08 10:10
JTBC 뉴스 캡처

설 연휴 중 응급실 상황을 챙기려다 과로사로 숨진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그가 생전에 사용했던 집무실과 간이침대 등이 회자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윤 센터장과 함께 근무했던 고임석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JTBC와의 인터부에서 “이 친구가 거의 일주일이면 뭐 한 5, 6일 이상은 집에 가지 않고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센터장의 집무실 외관이 공개됐다.

공개된 집무실은 마치 옥탑방을 연상시켰다. 페인트가 벗겨진 출입문 앞엔 ‘중앙응급의료센터장실’ ‘응급의료기획 연구팀’이라는 두 개의 팻말이 붙어있다. 그 앞엔 쓰레기통으로 추정되는 하늘색의 커다란 통이 놓여있다.

내부는 공개되지 않아 윤 센터장이 생전에 귀가하지 못하고 쪽잠을 청하던 간이침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센터장실의 외관만으로도 간이침대가 얼마나 남루할지 짐작이 간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센터장의 사망을 순직이라고 표현하며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또 “사무실 한편에 오도카니 남은 주인 잃은 남루한 간이침대가 우리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며 “미안하고 고맙다. 숭고한 정신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이 같은 마음이 반영되기라도 한 듯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엔 윤 센터장 집무실 앞에 한 시민이 남긴 꽃다발과 커피가 담긴 사진이 올라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윤 센터장은 과중한 업무에 한계를 느껴 지난해 말 센터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의학전문매체 메디컬 타임즈는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윤 센터장이 자리를 옮기고 싶어 했지만 후임을 찾지 못해 수 개월 동안 직책을 유지해왔다고 7일 보도했다.

이 교수는 매체에 “지난 몇 년간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직책을 수행하며 관련 문제가 터질 때마다 일선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뛰었다”며 “몇 달 전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했던 차였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매번 소주 한 잔 하자고 하면서 통화를 마무리했던 것이 생각난다”며 애통해했다.

한편 국내 응급의료 분야를 6년간 진두지휘하며 응급환자 전용 헬기 도입 등을 주도한 윤 센터장은 설 전날인 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7일 오전 윤 센터장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장사라는 소견이 나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