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두고 싶을 때마다 윤 센터장에게 의지했는데 이게 다 짐이 됐을 것”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빈소에 찾아 이 같은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이 교수가 7일 오후 윤 센터장의 빈소에서 아들 형찬(23)씨의 손을 맞잡고 고개를 떨군 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고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 교수는 2주 전쯤 한 회의에서 윤 센터장을 만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윤 센터장이 안색이 좋지 않은 이 교수에게 “건강을 챙기라”고 말했고 이 교수는 실제 며칠 후 콩팥의 결석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윤 센터장이 의지를 갖고 버텨줬기에 우리나라 응급의료가 이만큼 온 건데, 앞으로 막막하다”며 침통해했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책 ‘골든아워’에 고인의 이름으로 한 챕터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윤한덕’이라는 챕터에서 “2008년 겨울, 윤 센터장을 찾아갔을 때 ‘지금 이 선생이 이렇게 밖에 나와 있는 동안 아주대병원에 중증외상 환자가 갑자기 오면 누가 수술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냉소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신기하게도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앞서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4일 오후 6시쯤 병원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윤 센터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설을 맞아 가족들과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지만 설 연휴가 시작된 주말 내내 연락이 두절됐다. 직원들이 윤 센터장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1일 오후 8시쯤 동료 의사와 저녁 식사를 했을 때다.
아내는 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는 윤 센터장을 찾기 위해 병원에 직접 방문했다가 집무실 책상 앞에서 앉은 자세로 숨져 있는 윤 센터장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7일 오전 윤 센터장의 부검을 실시한 결과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 심장사라는 소견을 밝혔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윤 센터장은 지난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