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파나이섬 북부 카티클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필리핀 일간지 인콰이어러는 필리핀 여성 인권 운동가 넬리아 산초(64)가 자신의 사유지에 최근 위안부 동상을 세웠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상은 보라카이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여객선을 탑승하는 항구에서 도보로 약 2분 거리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품은 현지 조각가인 카를로스 아노리코가 산초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7월 완성됐다. 산초는 사비를 털고 기부금을 모아 제작비 70만페소(약 1500만원)를 마련했다.
동상은 성폭행 피해 여성 2명을 형상화했다. 노인은 필리핀에서 처음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고(故) 마리아 로사 헨슨 여사를, 젊은 여성은 마르코스 정권 하에서 계엄군에 성폭행을 당한 고(故) 아그네스 산초를 모델로 했다. 아그네스 산초는 넬리아 산초의 언니로 알려졌다.
동상 받침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로서의 필리핀 여성”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지난 5일 열린 동상 제막식에는 산초가 필리핀측 대표를 맡고 있는 ‘일본의 과거청산을 요구하는 국제연대협의회’ 관계자와 한국, 북한, 중국, 대만, 일본에서 온 20여명, 현지 고교생 70여명이 참석했다.
산초는 제막식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하며 우리는 이들 피해자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말에는 수도 마닐라에 있던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일본측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철거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북부 라구나주 산페드로시는 여성의 집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을 일본의 압력에 의해 설치한 지 이틀 만에 철거해야만 했다.
산초는 산페드로시의 위안부 동상이 철거된 이후 자신의 소유지에 동상을 설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김나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