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스카이캐슬, 꿈에서 NG 낼 정도로 매번 긴장했죠“

입력 2019-02-07 17:55 수정 2019-02-07 18:01
드라마 'SKY 캐슬'(JTBC)의 한 장면. JTBC 제공


대한민국 최상위 학부모들의 입시전쟁을 다룬 ‘SKY 캐슬’(JTBC)의 성공은 배우 염정아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쓰앵님(선생님)” 등 숱한 유행어를 탄생시킨 염정아는 캐슬의 ‘1등 사모님’ 한서진을 마치 현실 속 인물인 양 입체감 있게 표현해내면서 극의 흥행을 전면에서 이끌었다.

7일 드라마 종영을 맞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는 “행복하고 신기함을 느끼는 요즘”이라며 감격을 전했다.

“처음부터 배우들 모두 파이팅 넘쳤어요. 이런 드라마가 잘 돼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진다고 생각했는데, 큰 사랑을 받아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아이돌도 아니고 나이 많은 배우들만 있는데 이렇게 궁금해 해주시는 게 너무 신기하고 감사해요.”


배우 염정아.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이번 작품을 통해 ‘얼굴 근육까지 연기한다’는 찬사를 들은 염정아는 “유독 어려웠던 작품”이라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서사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혜나(김보라) 등과 계속 감정적 대립을 해야 했던 만큼 세밀한 연기가 요구됐던 탓이다.

“감정신이 너무 걱정돼서 자면서 잠꼬대를 했어요. 분명 대본을 다 외웠는데 꿈에선 계속 NG를 내더라고요(웃음). 한서진은 정말 많은 인물들과 부딪치는데, 매번 상황과 감정이 달랐어요. 대본에 형광펜만 치는 편인데, 이번엔 이전 신의 감정과 행동을 꼼꼼히 적어놓고 연기를 해야 했죠. 스케줄이 빡빡해 하루에 17벌씩 옷을 갈아입는 날도 있었고요.”

곽미향이란 과거를 숨긴 채 우아함을 뽐내는 한서진을 표현하기 위한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썼다. “그레이스 캘리보다 진주 목걸이가 더 잘 어울리는 여자”라고 적힌 시놉시스를 보며 그를 다룬 영화와 사진을 보며 연구를 했다고. 기억에 남는 대사로는 역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유행어 ‘아갈머리’를 꼽았다.


드라마 'SKY 캐슬'(JTBC)의 한 장면. JTBC 제공


“저도 대본을 보다 사전을 찾아봤는데 충격적이었어요(웃음).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시청자분들도 굉장히 크게 와 닿으신 것 같아요. 얌전하고 교양있어 보이는 한서진이 이 대사를 하면 너무 신나겠다 생각했죠. 꼭 둘만 붙어 있을 때 ‘아갈머리’라는 대사를 하는데, 촬영할 때도 즐거웠어요.”

드라마 결말을 두고 나온 논란에 대해서도 의견을 보탰다. 피라미드의 끝을 향한 욕망이 불러오는 적나라한 파국을 보여주며 사랑받던 드라마는 최종회에서 갑작스레 모든 인물들이 개과천선하며 호불호가 갈렸다.

“시청자분들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요. 개인적으로 비극적 결말은 어땠을까 생각도 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생각하셨던 방향대로 끝까지 간 건데, 결국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어요.”


배우 염정아.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배우들과 제작진에 대한 신뢰도 듬뿍 드러냈다.

“조현탁 감독님은 성인 연기자는 물론이고 아역 배우들까지 모든 연기자들을 배려하면서 소통해주셨어요.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유현미 작가님은 완벽한 대본을 일찍 주셔서 공부할 시간이 많았어요. 변명거리가 없었죠(웃음). 카메라 감독님은 얼굴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세심하게 잡아주셨고요.”

미스코리아 선(善) 출신으로,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MBC·1991)로 데뷔한 염정아는 정형외과 의사 남편과 초등학교 5·4학년 딸 아들을 자녀로 두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교육관도 조금 변할 것 같다고 했다.

“제가 연기를 한 드라마인데도 방송을 보면서 ‘애들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직은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한단 느낌을 준 작품이었어요.”


드라마 'SKY 캐슬'(JTBC)의 한 장면. JTBC 제공


그는 “엄마가 되고 데뷔 때에 비해 많이 차분해졌다. 배우로서 생활하고, 연기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댔다. 올해로 데뷔 29년차이지만, 여전히 변신을 꿈꾼다고.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행복하고 너무 좋아서 연기를 해요. 작품이 많이 없어서 괴로웠던 적도 있고, 20대 때는 일상적인 연기가 아닌 화려한 역할만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제든 기회가 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것이든 상관없지만, 다음엔 한서진과 완전히 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코미디도 좋고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