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은 사장, 女는 비정규직’… 인권위 “방송 성역할 불균형 해소해야”

입력 2019-02-07 17:35

국가인권위원회는 방송에서 드러나는 성역할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방송정책 및 심의기구 등에서 특정 성이 60% 넘지 않는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과 공영방송사 이사를 임명할 때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방통위원장에게 관련 법 개정을 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방송평가에 양성평등 항목을 신설하고 미디어 다양성 조사 시 ‘시사 토크’를 포함하는 등 항목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방심위원장에게는 자문기구인 성평등특별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현재 방통위·방심위 위원, 방송 프로그램 등이 남성 중심적으로 이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방통위 위원 5명은 모두 남성이고, 방심위 위원은 9명 중 3명만 여성이다. 또 방통위 위원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국방송공사(KBS) 이사 11명 중 여성은 2명, 방심위가 임명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 중 2명만 여성이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도 9명 모두 남성이었다가 지난해 여성 4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이런 가운데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성역할도 뚜렷하게 구분됐다. 인권위가 2017년 실시한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를 보면, 드라마 속 여성인물 중 전문직 비율은 21.1%인데 비해 남성은 47%로 2배 이상이었다. 반면 일반직, 비정규직, 무직 등은 여성 등장인물 중 50.6%를 차지하지만 남성은 35%였다. 즉 남성은 주로 사장이나 국회의원, 의사 등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였지만, 여성은 남성의 지시를 따르는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뉴스의 경우에도 정치나 국방 등 다소 무거운 주제는 남성앵커가 소개하는 비율(55.8%)이, 가벼운 경제뉴스는 여성앵커가 소개하는 비율(63.3%)이 높게 나타났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남성 진행자 비율은 90%, 여성은 10%였고, 출연자(총 198명) 역시 여성은 21명(10.6%)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시사토크 진행자와 출연자가 주로 남성이라는 점은 정치적이거나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는 주로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와 현행 방송 제도 등을 검토해, 방통위원장에게 방송정책 결정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며 “이와 함께 방송사 스스로 양성평등 수준을 평가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갈 수 있도록 방송평가 항목에 방송사 간부직 성별 비율 신설, 양성평등 실천 노력 추가 점수 부여 등 방안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 콘텐츠 내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 재생산 방지와 양성평등 제고를 위해 미디어다양성 조사에 시사토크 장르 포함, 등장인물 성별에 따른 역할분석 등 정성적 평가 도입, 방송 콘텐츠 제작자에 미디어다양성 조사결과 공유 등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방심위원장에게는 일방의 성이 열등 또는 우수하다는 관념이나 성별 고정 역할에 근거한 편견을 재생산하는 방송사례를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자문기구 설치를 권고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