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2100원 담합이라니 ㅠㅠ” 거짓 트윗에 양구는 웁니다

입력 2019-02-07 17:02 수정 2019-02-07 17:13
트위터에서 논란이 된 ‘양구 PC방 1시간 2100원’ 소식은 사실이 아니었다. 양구 지역 PC방 업주들은 가짜 트위터 소식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일보DB

국민일보가 7일 오후 양구 지역 내 14개 PC방에 전화를 걸어 요금을 물어보니 성인 1시간 이용요금이 2100원인 곳은 없었다. 대부분 1600원을 받았고 싼 곳은 1000원도 있었다. 군인을 차별해 더 비싸게 받거나 주말이나 휴일에 성인을 대상으로 요금을 올려 받는다는 곳도 없었다.

시간당 1200원을 받고 있다는 A PC방 업주는 “양구에 와보셨어요? 오늘 평일인데 지금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어요”라면서 “이렇게 사람이 없어 장사가 안 되는데 어떻게 2100원을 받나요”라고 되물었다. 이 업주는 “저야 월세를 내지 않아 1200원을 받지만 월세를 내야 하는 곳은 1600원 이하를 받으면 유지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엉터리 소식이 퍼져 우리처럼 소시민이 돌을 맞는다”고 호소했다.

손님이 많은 서울 같은 곳이야 1000원 이하로도 가능하겠지만 양구는 손님이 워낙 없으니 1600원이 적정 가격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다른 B PC방 업주는 “2100원을 받는다는 곳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지금이 어느 땐데 군인에게 바가지요금을 받나요”라고 되물었다.

C PC방 업주는 “업장의 인테리어나 좋은 PC를 장만했다면 2100원도 받을 수 있겠지만 이곳은 주로 군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라 그렇게 받을 수 없다”면서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돼 군인에게 그런 바가지요금을 씌웠다면 오래 못가고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 PC방 업주는 “이런 가짜 소식에 너무나 힘들다. 가능하면 가짜 트윗을 올린 사람을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 캡처

양구 PC방 2100원 논란은 전날 한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군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오늘 들은 따끈한 양구 소식! 양구에선 피씨방이 1시간에 2100원! (군인의) 일과후 외출이 허용되자마자 담합해서 가격 올린 꼬라지들좀”이라고 적었다.

이 소식은 즉각 ‘양구 근황’라는 제목과 함께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트위터 글을 본 네티즌들은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는 군인을 우대해주진 못할망정 돈을 뜯어 가냐”라거나 “저러니 위수지역을 없애야 한다”는 식의 비난 글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이 양구의 바가지요금에 민감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국민일보DB

2011년 3월 외박을 나온 국군 장병 2명이 시비 끝에 양구 지역 고등학생 무리에게 묻지마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장병 중 한 명은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당시 가해 학생들은 군인들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폭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들은 그 전달에도 다른 군인 4명을 다치게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장병들이 크게 다쳐 돌아온 데다 미성년자를 옹호하는 지역 여론까지 일자 양구 지역의 제21보병사단, 제2보병사단은 양구군 일대의 외출과 외박을 금지했다. 군인과 군인을 면회 온 가족들을 대상으로 서비스업에 의존하던 양구군은 지역경제에 타격을 우려해 바가지요금 근절과 폭행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출입금지가 풀렸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강원물가정보망이 공개한 PC방 요금을 보면 양구군의 요금은 도 전체 평균보다 낮다.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강원도 전체 PC방 요금은 1시간당 1601원인데 양구는 1443원이다.

강원물가정보망 캡처

양구군청도 PC방 2100원 담합 트위터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군청 관계자는 “저희도 트위터 소식을 듣고 오늘 아침 대책회의를 했다”면서 “다행히 PC방을 확인해보니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소식을 바로잡을 길이 없어 발만 동동 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군인에게 돈을 더 받거나 주말이나 저녁에 돈을 더 받는지 등도 상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