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의 어두워진 미래… 첼시의 아자르는 프랑스의 음바페가 아니다

입력 2019-02-07 16:40
첼시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 게티이미지뱅크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스트라이커 올리비에 지루의 미래가 어둡다. 출전 시간 감소를 이유로 지난해 런던 라이벌 아스널에서 첼시로 옮겼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올 시즌 지루의 활약은 아쉽다. 28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 중이지만 선발보다 교체로 출전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9경기에 나섰으나 그라운드를 밟은 시간은 655분이 전부다. 선발이 단 6차례뿐이다. 선발 득점도 단 1개에 그쳤다.

그간 지루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던 알바로 모라타의 백업 요원으로 활약했다. 모라타가 지난달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떠났다. 그런데도 지루의 출전시간은 불투명하다.

더 막강한 상대인 곤살로 이과인이 왔다. 이과인은 과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을 바탕으로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에게 총애를 받고 있다. 이적 첫 경기부터 선발로 나서며 첼시의 공격을 이끌었다. 자연스레 지루의 출전시간은 대폭 줄 수밖에 없다. 지루는 벤치에 앉아 이과인의 데뷔전을 바라봐야 했다.

많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은 첼시에서 전술적 이유로 희생당했다. 첼시는 에당 아자르, 윌리안,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이끄는 측면 공격수들에게 상당수 득점 루트가 집중된 팀이다. 공을 소유하길 좋아하는 아자르가 프리롤 형태로 2선에 위치해 공격을 이끌고 있다. 페르난도 토레스를 비롯해 라다멜 팔카오, 최근 떠나갔던 모라타 등 수많은 첼시 스트라이커들이 고개를 숙였던 이유다.

2017년 여름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복귀한 디에고 코스타 정도가 제 몫을 해줬을 뿐이다. 최근 사리 감독은 스트라이커 자원들이 득점 가뭄을 해결해 주지 못하자 아자르를 9번 공격수 포지션에 위치시켜 제로톱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루는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직접 터뜨린 득점은 단 한 골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지금과 다르게 프랑스 대표팀에 핵심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경기 리듬에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현재 사리 감독이 구현하려는 축구와는 다른 경기를 한다. 후방 빌드업을 통한 점유율 과정보단 역습 찬스와 세트피스 상황에 집중한다. 앙투앙 그리즈만과 킬리안 음바페, 빠른 발을 가진 두 측면 공격수의 장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동료들과의 연계에 탁월한 지루는 그들의 훌륭한 파트너였다. 전방에서 시선을 끌며 뛰어난 제공권 능력을 바탕으로 세컨드 볼을 전달해줬다. 상대 중앙수비수와 싸우고 동료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그리즈만과 음바페는 보이지 않는 지루의 헌신 덕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윌리안(왼쪽)과 올리비에 지루(오른쪽)가 지난달 27일(한국시간)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경기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첼시는 다르다. 아자르와 윌리안은 그리즈만, 음바페와 전혀 다른 성격의 선수다. 아자르가 많은 활동 범위를 가져가고 있는 이상 첼시의 스트라이커는 프랑스의 지루처럼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사리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유지한 채 큰 전술적 변화는 주지 않았다. 이과인과 지루가 투톱으로 공존할 여지 역시 적다는 뜻이다. 지루 역시 자신의 힘든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프랑스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이적을 암시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