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계 현실 개선을 위해 힘썼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부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명절 연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설 하루 전까지 퇴근을 미루다 4일 과로사했다. 안타까운 비보가 전해지자 국민은 청와대 국민청원장으로 향했다. 그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이다.
윤 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쯤 병원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가족들과 고향에 내려가기로 약속했지만 연휴가 시작된 주말 내내 연락이 없었다. 집무실 책상 앞에 앉은 자세로 숨져 있는 윤 센터장을 발견한 건 남편을 직접 찾아 나선 아내였다.
윤 센터장의 죽음이 알려진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 센터장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명절까지 일만 하다 간 사람이다. 대통령님의 설날 선물 앞에서 아이처럼 좋아하던 사람”이라면서 “가난한 동네에서 가난하게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고사리 같은 순수함으로 천둥을 받아내던 사람”이라는 글로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이런 사람이 국가 유공자가 아니면 누가 유공자란 말이냐”며 “그 작은 허리춤으로 누더기 같던 이 나라 응급 의료를 그나마 이렇게라도 키워내던 사람”이라고 썼다. “이 사람을 기억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마지막에는 “대통령님 설날 선물은 왜 보내셨느냐”며 “그 덕에 윤 센터장은 최선을 다한다며 책상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 가는 길 섭섭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의료원은 1차 검안 결과 윤 센터장의 사인을 ‘급성 심정지’로 판단했다. 유족들의 요청으로 7일 진행된 부검 결과도 같았다. 이날 서울중부경찰서 관계자는 “1차 부검 결과 1차 검안 소견과 같은 고도의 관상동맥경화로 인한 급성심장사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의 장례는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진행된다. 조문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계속되고 있다. 발인 및 영결식은 10일 오전 9시로 예정돼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