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리 복귀했다. 답답한 공격이 계속되자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꺼내 들 수밖에 없던 승부수였다. 부상 여파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바르셀로나의 주장 리오넬 메시의 어깨는 늘 무겁다.
메시는 지난 3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 스타디움에서 열린 발렌시아와의 2018~2019 프리메라리가 22라운드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2대 2 무승부를 이끌었다. 전반 39분과 후반 19분 두 차례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최고의 활약에도 웃지 못했다. 팀이 역전에 실패한데다 두 번째 득점 이후 토니 라토와 충돌 과정에서 허벅지 안쪽에 타박상을 입었다.
일단 응급치료 후 경기에 복귀해 종료 시점까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경기가 끝난 후 모두가 메시 부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종종 찾아왔던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에 대한 염려가 뒤따랐다.
결국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셀로나 감독은 무리하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7일 코파 델 레이 4강 1차전 선발명단에서 메시의 이름은 없었다. 홈경기인 만큼 승리가 절실했지만 허벅지 부상 여파를 의식한 결정이었다. 메시가 빠진 최전방에는 루이스 수아레스와 필리피 쿠티뉴, 말콤이 자리했다.
메시가 사라진 바르셀로나의 창 끝은 더없이 무뎠다. 전반 6분 루카스 바스케스의 이른 시간 선제골이 터지자 시종일관 끌려다니는 양상이 계속됐다. 중원에서의 정교함이 떨어졌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다. 별다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전반전이 끝나고 말았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들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후반 13분 수아레스의 슛이 골대에 맞고 나오자 말콤이 놓치지 않고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강한 왼발 슛을 그대로 꽂았다.
승리를 목표로 한다면 1-1 상황에서 양 팀 모두 공격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승부수는 발베르데 감독이 먼저 꺼내 들었다. 후반 18분, 쿠티뉴를 빼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메시를 투입한 것이다. 레알은 메시를 투입하자 좀 더 수비적으로 내려앉아 측면 역습 상황에 집중하며 뒷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했다.
메시의 투입 이후 바르셀로나의 리듬이 빠르고 민첩하게 변했다. 메시에 대한 레알 수비진들의 집중 견제가 시작됐고, 전방에서 라인 침투를 노리던 수아레스에게 조금이나마 자유가 부여됐다. 후반 23분, 메시는 교체투입 5분만에 수비수 4명 사이를 드리블하며 루카스 바스케스로부터 파울을 유도해 내기도 했다. 메시의 프리킥은 수비벽을 맞고 튕겨 나왔다..
추가 골은 터지지 않은 채 1대 1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직접적인 공격 포인트는 올리진 못했지만 메시 한 명으로 인해 양 팀의 전술적인 양상이 달라졌다.
특히 코파 델 레이에서 메시에 대한 바르셀로나의 의존도는 유독 심하다. 세비야와의 8강전에서도, 레반테와의 16강에서도 그랬다. 메시가 빠졌던 1차전에서 섣불리 로테이션을 감행했다 각각 0대 2, 1대 2로 패했다. 메시가 2차전에서 돌아온 끝에 6대 1, 3대 0으로 대승하며 준결승까지 올 수 있었다. 그만큼 올 시즌 리그 20경기에 출전해 21골 10도움을 달리고 있는 메시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바르셀로나 전체 득점(60득점)의 34%가량이 메시의 발끝에서 나왔다.
추가 골에 실패한 바르셀로나는 원정 골의 불리함을 떠안은 채 레알의 홈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향하게 됐다. 수아레스는 시즌 초 선수들이 메시의 골과 어시스트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며 ‘메시 의존증’을 언급했다.
바르셀로나는 현재 리그와 국왕컵을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3개 대회 우승에 도전 중이다. 정상에 서려면 결국 메시가 모든 경기서 힘을 발휘해야 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