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해외 원조를 전면 차단하고 나섰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서방 국가의 인도적 지원이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가수비대는 유조 탱크와 화물 컨테이너 2개를 동원해 베네수엘라 우레나와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를 연결하는 티엔디타스 다리를 봉쇄했다고 AP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쿠타는 국제사회의 구조 물품이 모이는 곳 중 하나이며, 티엔디타스 다리는 이 물품들이 베네수엘라로 운반되는 통로다. 국가수비대는 다리 위 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경제 파탄 상황에 빠진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과 식품 및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임시대통령을 자처하면서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겹친 상황이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서방 국가의 원조가 자신을 퇴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거절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며 “원조 물품 전달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위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시리아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제국주의는 죽음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원조를 요청했던 과이도 의장은 구조 물품의 국내 반입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우파 정권이 들어선 콜롬비아 정부에도 해외 원조를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마두로 대통령의 해외 원조 차단 방침을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국민은 인도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굶주리는 국민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컨테이너 등이 티엔디타스 다리 위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