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설 전날인 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설 명절 공백을 막기 위해 퇴근을 미루고 응급실을 지키다 과로사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보를 접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것 같다”며 애통해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4일 오후 6시쯤 병원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윤 센터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설을 맞아 가족들과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지만 설 연휴가 시작된 주말 내내 연락이 두절됐다. 직원들이 윤 센터장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1일 오후 8시쯤 동료 의사와 저녁 식사를 했을 때다.
연락이 닿지 않자 윤 센터장의 아내가 지난 4일 병원을 직접 방문했다. 아내는 직원과 함께 윤 센터장의 집무실에 들어갔다가 책상 앞에 앉은 자세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윤 센터장의 가족은 평상시에도 응급 상황이 생기면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말에도 바빠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여겼었다고 했다. 윤 센터장은 평일에 거의 귀가하지 않고 센터장실에 놓인 간이 침대에서 쪽잠을 잔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되기 전날에도 센터장실에 불이 켜져 있었지만 경비원들은 ‘평소처럼 야근을 하나 보다’라고 생각해 그냥 지나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원은 1차 검안 결과 윤 센터장의 사인이 ‘급성 심정지’라는 소견을 내놨다. 의료원 측은 윤 센터장이 누적된 과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정확한 사인을 위해 7일 부검을 요청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국내 응급의료 인력과 시설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특히 명절에 업무가 늘어난다. 대형 교통사고로 환자가 한 곳에 몰려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전국 응급실 532곳과 권역외상센터 13곳의 병상을 관리해야 한다. 이날도 윤 센터장은 전국 각지에서 생기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을 점검하다 퇴근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윤 센터장은 1994년 응급의학과가 생긴 모교에서 1호 전공자로 전문의가 됐다.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 창립과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2년 7월 센터장이 됐다. 이후 닥터헬기와 권역외상센터 도입 등 국내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해 왔다. 그는 종종 자신의 페이스북에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고민을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이국종 교수는 윤 센터장의 비보에 애통해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계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기여해온 영웅이자 버팀목”이라고 평가하며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저서 ‘골든아워’에 ‘윤한덕’이라는 챕터를 만들 정도로 그를 호평했다. 이 교수는 윤 센터장을 “출세에 무심한 채 응급의료 업무만을 보고 걸어왔다”라고 평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