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시의원에 당선. 3개월 뒤인 같은 해 9월 ‘불법 선거자금 요구’ 폭로. 선거자금 요구자로 지목된 박범계 의원의 전직 비서관 등 2명 구속. 지난해 11월 박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 검찰은 박 의원 불기소 처분. 권리당원 명부 불법 유출과 불공정 경선 의혹을 추가 폭로.
현재는 무소속인 김소연 대전 시의원의 이야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처음 출마해 당선된 초선의 지역 정치인이 왜 자신을 공천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고소고발까지 하며 전면전을 펼치는 것일까. 더군다나 상대는 친노·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여당 재선 의원이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의 주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여서 사실 관계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핵심은 김 의원에게 돈을 요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구속된 2명의 행위를 박 의원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구속된 2명은 선거운동원 B씨와 J 전 대전시의원이다. B씨는 박 의원의 비서관 출신이고, J 전 의원은 박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박 의원이 이들의 범죄를 방조한 것으로 본다. 김 의원은 이들의 범죄에 대해 “박 의원에게 4차례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고, 박 의원은 “폭로하기 전까지 이 사건의 구체적 내용과 위중함, 긴급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일단 대전지검은 박 의원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상태다. 대전지검은 불기소결정서에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박 의원이 범행(선거자금 요구)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적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김 의원이 박 의원과의 대화를 ‘어떤 경우에도 돈을 쓰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B씨의 돈 요구를 거절했다고 진술한 점 ▲김 의원이 지난해 4월 이후 박 의원과의 대화에서 돈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 ‘박 의원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기재한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에 김 의원은 “박 의원이 윽박질러서 구체적인 금액까지 말하지 못한 것이지 문제제기는 4차례 한 게 맞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지난해 12월 재정신청도 제출했다. 검찰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요구하는 제도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기각하거나, 검찰에 공소 제기를 명령할 수 있다. 재정신청 결과는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나올 예정이다.
박 의원도 김 의원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소장에서 “피고(김소연)의 발언 내용이 언론을 통해 사실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돼 명예와 신용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됐고, 동시에 인격권 역시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김 의원을 직접 만나 박 의원과 전면전에 나선 이유를 물었다. 김 의원은 “애초부터 무덤을 팠던 게 아닌데 일일이 녹음 파일이 있을 수 없지 않느냐”며 “전면전을 펼치는 게 아니라 범죄를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게 된 경위는.
“박 의원 측의 요청이 있었다. 2017년 가을에 박 의원 지지자 중 저를 추천한 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박 의원으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가족들과 상의한 결과 출마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요구가 있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마하게 됐다”
-박 의원은 왜 지속적으로 영입을 시도했나.
“추측할 뿐이다. 내가 출마한 곳은 구속된 J 전 의원의 지역구다. J 전 의원이 박 의원의 향후 정치활동을 돕기 위해 불출마하면서 일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젊은 여성 변호사라는 점에서 후보로 내세울 만하다고 본 것 같다”
-왜 박 의원과 전면전을 벌이나.
“이게 전쟁인가. 나는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박 의원의 사과를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계속 부인하기 때문에 범죄 사실에 대해 범죄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전면전이 아니라 범죄를 밝히는 것이다. 선거 기간에 금품 요구를 받고 너무 화가 나고 힘들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왜 당선 이후 3달 정도 지나 폭로를 결심했나.
“4월부터 내부적으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박 의원은 물론이고 보좌진들에게 지속적으로 얘기해 왔다. 금품요구는 범죄다. 범죄를 보고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나. 더군다나 금품을 요구한 사람(J 전 의원)의 향후 거취까지 논의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장 외부에 공개하면 선거 전체가 엉망이 될 수 있었다. 또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폭로 이후의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사실 관계를 정리하는 등 현실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정치는 안하면 그만인데, 변호사로서 범죄를 어떻게 그냥 보고 넘어가나.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는 것을 관련된 사람들에게 말했었다. 일종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박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게 말이 되나. 박 의원의 보좌진은 구속된 이들과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범죄 집단이 하는 행동과 똑같다. 리더가 직접 연락하지 않고 아랫사람을 시켜서 연락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이 직접 증거를 남기겠나. 전형적인 나쁜 범죄다”
-하지만 직접 증거가 없다. 이미 검찰도 박 의원을 불기소 처분하지 않았나.
“나도 직접 증거는 없다. 함정을 파놓은 것도 아닌데 상대와의 통화나 얘기를 다 녹음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수사 기관에 이들의 통신 기록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내가 목격한 것까지 말하고 나머지는 수사 기관에서 밝혀주길 바랬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박 의원을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 말도 안 된다”
-결국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 아닌가.
“박 의원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나의 폭로가 허위임을 밝힐 책임은 박 의원에게 있다. 나도 이 재판을 통해 박 의원 당사자 신문은 물론이고 보좌진 전체를 증인으로 신청할 생각이다. 법원이 해석은 달리할 수 있어도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박 의원이 제기한 민사소송을 통해 다시 한 번 진실을 밝히겠다”
-향후 정치적인 행보는.
“일단 현재로서는 민주당에 복당 신청할 생각이 없다. 원래 제명에 대한 재심 신청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역 청년 당원들을 위해서 했다. 오히려 무소속이 되니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각종 제보들이 쏟아진다. 민주당 인사들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변호사로서 범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다. 정당을 가리지 않고 대전 지역사회와 정치권을 철저히 견제하겠다. 대전에서 할 일이 많다.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
대전=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