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던 재판부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이모(60)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동대표인 이씨는 2016년 같은 아파트에 살던 중학생 A양(당시 15세)에게 “바람쐬러 가자”며 자신의 차에 태운 뒤 공터에서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A양의 집안 사정이 어렵고 A양 아버지가 늦게 퇴근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A양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A양은 이씨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지 않으면 소문을 내겠다며 겁박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파트 동대표인 이씨가 A양에게 위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A양이 성폭행 이후에도 이씨를 만나 밥을 먹고 옷 선물을 받은 점도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5세 청소년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사실을 진술한 것을 보면 이씨가 A양을 성폭행한 게 아닌가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A양이 전문심리위원과의 면담 과정에서 피해 횟수 진술을 번복했고, 수사기관과 1심에서 말하지 않은 내용을 추가했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확실한 증거가 없을 경우 피의자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형사법 원칙’을 강조했다.
이씨에게 무죄 판결을 한 서울고법 형사12부는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였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 김지은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모순이 없다”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사건 당시 현직 도지사이고 피해자 징계권한을 가진 인사권자였다. 피해자가 근접거리에서 수행하면서 안 전 지사를 절대권력이나 미래권력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안 전 지사 측 주장은 피해자를 정형화한 편협한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