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과 공석, 트럼프의 별난 용인술…트럼프 “유연성이 좋아”

입력 2019-02-06 09:26 수정 2019-02-06 09:3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직 자리 상당수가 대행 체제로 운영되거나 공석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백악관 비서실장(믹 멀베이니), 국방부 장관(패트릭 섀너핸), 백악관 예산관리국(러스 보우트) 자리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법무부는 더욱 복잡하다. 윌비엄 바 법무부 장관 지명자가 상원 인준 표결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친(親) 트럼프’ 성향의 매슈 휘터커 장관 대행이 법무부를 이끌고 있다. 내무부도 속사정은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신임 내무부 장관에 데이비드 번하트 장관 대행을 지명했다. 번하트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받기 전까지 그의 대행 체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AP뉴시스

각 부처의 수장 자리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WP는 미국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는 연방부처 고위직 자리가 705개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도 150개 자리에 후보자를 지명조차 안 했다고 전했다. 21.3%에 달하는 연방정부 고위직 자리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아 공석이라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사람을 빨리 자르고 늦게 뽑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무부와 내무부, 노동부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빅 3’ 부처다. 법무부와 내무부의 경우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고위직의 각각 41%만 채워졌다. 노동부는 그 비율이 43%였다. 이들 부처의 상당수 요직은 트럼프 행정부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거나 인준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어서 해당 자리가 비어있거나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다. 법무부와 내무부는 장관도 현재 대행 체제이어서 지휘부가 말이 아닌 상태다.

상원 인준을 받아 고위직이 채워진 비율을 보면, 주택도시개발부(54%), 교통부·재무부(각 57%), 농림부(62%), 교육부(63%), 국무부(64%), 국토안보부(65%), 상무부(71%), 국방부(77%), 에너지부(78%)다. 가장 높은 부처가 우리의 보훈처 격인 재향군인부(83%)다.

WP는 트럼프 행정부를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는 연방부처 고위직 자리 중 54%만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절반 조금 넘은 자리만 상원 인준을 통과하고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77%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WP는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상원 통과 고위직 비율이 이렇게 낮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제임스 랭크포드 공화당 상원의원은 “연방정부 고위직 자리는 정책 결정과 집행에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서 “빈 자리가 많아도 너무 많아도 많다”고 말했다.

고위직 공석은 행정적으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정책 결정과 집행이 늦으면서 정부 기능이 마비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위험이 크다. 또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한 개인이 대통령 임기 2년 차 이후 210일 이상 정부 요직에 근무할 수 없다는 연방결원개혁법에 저촉될 우려도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참모들에게 “대행 체제가 더 책임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선 “나는 대행 체제를 좋아한다”면서 “내가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행 체제는 나에게 더 많은 유연성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요직의 빈 자리를 놓고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가 거친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