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총알’ 택시 타보셨나요

입력 2019-02-06 05:00
국민일보DB

서울 시내에서 직장을 다니는 송모(39)씨는 최근 모바일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를 통해 택시를 탔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야근을 마치고 밤 10시쯤 서울 서대문역에서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한 송씨의 목적지는 송파구 가락시장 인근이었고, 서울시내에선 상당한 거리라 택시 호출은 금세 이뤄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택시가 남산터널을 지나 올림픽대로에 진입하자마자 과속주행을 시작한 것이다. 올림픽 대로는 속도제한이 시속 80㎞인 자동차전용도로지만 택시는 시속 120㎞의 속도로 질주했다. 간발의 차이로 다른 차량을 앞지르는 일명 ‘칼치기’도 서슴지않았다. 송씨는 “택시타고 편하게 집에가긴 커녕 내내 사고날까 겁이 나 혼났다”고 말했다.

직장인 여모(41)씨도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송파구 잠실까지 새벽시간에 카카오T로 택시를 탔다가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여씨는 “택시를 타고 가면서보니 정상 속도로 가는 다른 택시들도 많았는데 유독 내가 탄 택시만 시속 120㎞ 넘는 과속을 했다”고 토로했다.

송씨와 여씨의 경험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카카오T로 택시를 탔고 ‘예상요금’을 받아봤다. 예상요금과 실제 주행요금간의 격차가 생길 수 있을 때 ‘과속’으로 이어지게 된다.

카카오T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계산된 예상요금을 보여준다. 이 예상요금은 어디까지나 예상일뿐이고 목적지에 도착한 후 요금결제는 택시의 미터기에 기록된 주행요금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실제 주행요금이 예상요금보다 많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송씨의 경우 카카오T가 보여준 예상요금은 1만6500원이었다. 과속 끝에 도착한 택시 미터기에 찍힌 실제 주행요금은 1만6600원. 거의 예상요금에 근접한 금액이 나왔다. 택시요금은 거리와 시간에 비례해 주행요금이 산정된다. 이때 과속은 주행요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문제는 시간이다. 과속을 할수록 시간이 단축돼 요금산정에 유리하다. 송씨의 사례를 보면 택시가 과속을 하지 않았다면 주행요금이 더 나왔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여씨의 경우 예상요금은 2만원가량이었고, 실제 주행요금은 3000원가량이 더 나왔다. 여씨 사례 또한 택시가 규정 속도를 지키며 운행했더라면 요금이 더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예상요금보다 주행요금이 더 나왔을 때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승객은 많지 않다. 승객이 음주상태일 때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택시 내 분쟁도 요금을 둘러싼 문제다. 카카오T의 경우 호출된 택시 운전자에게 승객들이 이용후기격으로 ‘평점’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 중이다. 택시 운전자 입장에서는 예상요금보다 많은 주행요금이 나올 경우 승객과 시비가 붙거나 불리한 평점을 받을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송씨의 경우 도착한 뒤 “예상요금과 거의 똑같이 나왔다”고 말을 건네자 택시기사는 “되도록 (예상요금과) 맞춰드리려고 한다”고 답했다. 예상요금과 주행요금간 격차가 클수록 운전자 입장에서는 과속을 해서라도 요금 수준을 맞추려는 ‘동기’가 발생하는 셈이다.

주행 중 교통체증 등 여러 돌발 상황이 발생함을 감안할 때 카카오T가 보여주는 예상요금과 주행요금 간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확한 예상요금 계산 도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택시 요금을 계산해주는 플랫폼들은 많지만 플랫폼에 따라 예상요금을 계산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라 같은 출발지와 목적지라도 예상요금이 제각각이다.

두 요금 간 격차로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제시되는게 ‘애플리케이션 미터기(앱 미터기)’ 도입이다. 앱 미터기는 GPS를 기반으로 정확한 거리와 시간을 측정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택시 요금을 산정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공용으로 쓰는 앱 미터기가 보급되면 예상요금이나 주행요금을 산출할 때 운전자나 승객이나 동일한 결과를 보게되므로 논란의 소지가 적다.

앱 미터기 도입은 수년 전부터 거론됐지만 아직 준비단계다. 현행 택시 미터기 관련규정 상 앱 미터기 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 11월 대전광역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제4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에서 “스마트폰 앱 미터기를 택시에서 활용할 수 있게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