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에 손해배상 청구하니 보육교사 맞소송… 결론은?

입력 2019-02-05 17:32

아이를 학대한 책임을 물으며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학부모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승소했다. 보육교사는 피해 아동 측의 신고로 실직하고, 집요한 민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맞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김병주 판사는 최근 어린이집 학부모 A씨가 보육교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B씨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5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다섯 살짜리 자신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당해 고통 받는데도 보육교사 B씨가 사과는커녕 합의만을 원하자 공단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B씨는 2015년 4월 어린이집에서 낮잠시간에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손으로 A씨 아이의 손목과 팔을 잡고 자신의 다리로 아이의 허벅지를 눌러 15분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등 학대행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는 불안함과 공포감을 갖게 됐고, 같은 해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52차례에 걸쳐 학대로 인한 불안‧공포 해소를 위한 놀이치료를 받아야 했다. B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게 됐지만 처벌을 면하거나 줄이기 위해 합의해줄 것만을 원했고, 아이와 A씨에게 진심어린 사과는 하지 않았다.

A씨는 공단 측의 도움을 받아 B씨를 상대로 4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자 B씨는 “A씨의 신고로 어린이집에서 실직했을 뿐만 아니라 보육교사로 일하지 못하게 됐다. A씨의 신고와 집요한 민원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A씨 측이 청구한 금액의 2배가 넘는 1000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고 B씨로부터 300만원을 받는 내용의 조정안을 냈다. 하지만 B씨가 자신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거나 사과해야 합의할 생각이 있다고 주장해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B씨의 아동학대 책임을 인정해 25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 소송을 담당한 공단의 강청현 변호사는 “가해자가 진심 어린 사죄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 아동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며 “다행히 재판부가 B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피해 아동에게 피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해, 피해 아동과 가족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