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무관 탈출·불모지 개척” 남북 프로복싱 동반 세계챔피언 탄생 ‘밀알’ 되나?

입력 2019-02-05 17:14 수정 2019-02-06 03:32
오는 9일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한중일 프로복싱 최강전' 포스터.

#. 한국 프로복싱엔 세계챔피언이 없다. 벌써 12년째다. 2007년 7월 WBA 페더급 챔피언 지인진 선수가 타이틀을 반납한 이후 계속 ‘무관의 나라’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동양챔피언 조차 1명이 없다.

우리나라는 1966년 김기수(1939∼1997) 선수가 주니어라이트 미들급 챔피언 벨트를 찬 이후 4전5기의 홍수환, 15차 방어에 성공한 장정구, 무쇠팔 박종팔 선수 등 기라성 같은 철권들이 줄을 이었었다.

1989년 6월엔 유명우를 비롯 김용강 문성길 이열우 백인철 박영균 선수 등 무려 6명의 세계챔피언을 보유했었다. 당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복싱 강국이었다. 1991년 6월에도 5명의 챔피언이 세계에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쇠락했다. 끝내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단 1명의 챔피언도 배출하지 못했다.

프로복싱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진데다 복싱계가 4분5열 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프로복싱 관련 단체는 5개가 넘는다.

#.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만들기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다. 그 프로젝트의 전초전인 ‘한‧중‧일 최강전’이 전북 전주에서 또 다시 펼쳐진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12년째 무관인 남한과 불모지인 북한의 프로복싱에 세계챔피언을 탄생시키는 ‘밀알’이 되리란 기대가 높아가고 있다.

전주시는 오는 9일 오후 5시 전주시 어울림국민체육센터에서 ‘한‧중‧일 최강전 시즌2’가 열린다고 5일 밝혔다. 이 대회는 (사)남북체육교류협회가 주관하고 전주시가 후원한다.

이번 대회에선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 신동명(31) 선수의 프로 2차전을 포함해 한‧일전 4경기와 한‧중전 2경기 등 모두 8경기가 치러진다.

중국의 가오 위핑(21)과 격돌하는 신 선수는 아마추어 전적 200전 175승 25패의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황경민(20)은 일본 마쓰자와 켄(28)과 자웅을 겨루고 장민(19) 선수는 중국의 순장궈(34)와 한판 승부를 펼친다.

또 김종서(15) 선수는 일본의 히라이 유지(28), 정해명(28)은 일본 이케야 카즈키(31), 이도진(19)은 일본 다카시마 유키(32) 선수와 맞대결한다. 이밖에도 두 체급의 복싱M 한국타이틀매치도 열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2월15일에도 전주에서 ‘복싱M 한일 최강전’이 열렸다.

지난해 12월15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복싱M 한일 최강전'의 한 장면. 전주시 제공.

#. 이번 대회에서 기량을 점검한 한국과 일본 선수들은 오는 6월쯤 남한에서 열리는 ‘남·북·일 프로복싱 최강전’에 참여해 북한 선수들과 함께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후 국내 선수 2명이 남한 대표로 선정되어 북한 정예 복서 4명과 함께 국제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들은 프로복싱 남북교류의 주인공으로 세계 타이틀에 도전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와 시합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한‧중‧일 최강전은 KBS N 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해설을 맡은 전 프로복싱 WBC 밴턴급 세계챔피언 변정일(53) KBS 복싱 해설위원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남북 교류를 통해 남‧북한 프로복싱 동반 세계챔피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전주에서의 연이은 전초전은 그 일에 좋은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경기 장소 제공 등 전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황권주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이번 대회는 한‧중‧일 삼국간의 친선 교류전만이 아닌 남북교류 프로젝트로 치러진다”며 “남‧북한 화해 분위기 조성과 신뢰 구축을 위한 스포츠교류 협력사업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의 아마추어 복싱 선수층은 상당히 두꺼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프로복싱은 없다. 여전히 불모지다.

2005년 평양, 2006년 금강산, 2007년 개성 등지에서 여자 프로복싱 남북교류가 있었다. 하지만 북한 프로 복서들이 남한에서 시합을 가진 적은 없다.

최근 북한에서도 스포츠 분야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 프로복싱에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망주들이 많아 2년 이내에 세계타이틀 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변정일 위원은 “북한 선수들에게서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 프로복서들의 정신력이 보인다. 남한 선수들보다 기량이 한 수 위다”며 “그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큰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