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막바지 사전 조율이다. 비건 대표와 김 전 대사가 만나는 것은 두 번째지만 북·미 실무협상 대표로는 처음으로 테이블을 마주하게 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로부터 북한 실무대표 바톤을 이어받은 김 전 대표로는 사실상 첫 등판이다.
미국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평양에서 김 전 대사와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북·미 관계 전환, 한반도에서의 영원한 평화 구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미는 이번 평양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 핵시설의 심장부인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알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무기·핵시설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은 인도적 대북 지원 확대, 종전선언, 연락사무처 설치 등을 상응조치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에스크로(Escrow) 계좌’를 통한 경제 패키지 해법이 협의될지도 주목된다. 에스크로 계좌는 제3국 계좌에 현금을 예치해두고 북한이 단계별로 비핵화 조치를 실천할 때마다 돈을 인출해 보상하는 방안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3일 한국에 도착, 우리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하고, 4일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면담하는 등 북·미 실무협상에 앞서 한·미간 조율을 진행했다.
비건 대표와 김 전 대사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했던 지난달 17∼19일 워싱턴에서 상견례를 가진 바 있다. 비건 대표의 평양행은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한 이후 3개월만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