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의 잇따른 퇴진 압박으로 궁지에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고, 유럽 국가들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백악관이 피로 얼룩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고 싶진 않지만, 그것도 한 가지 옵션”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몇 달 전 마두로 대통령의 회담 요청에 거절했다며 “당시 베네수엘라에 끔찍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노(no)’라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자 마두로 대통령은 곧바로 맞불을 놓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기서 멈춰라, 도널드 트럼프”라며 “당신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실수를 하고 있고, 피로 물든 채 대통령직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미에서 베트남전이 재연되면 안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더러운 제국주의적인 음모를 계속 꾸민다면 피로 얼룩진 백악관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이어 유럽 국가들은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했다. 영국·프랑스·스페인·스웨덴·덴마크 등은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시한 내에 재선거를 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과이도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프랑스는 과이도 의장을 재선거 절차를 실행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 정부는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며 “과이도 의장은 재선거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했다. 스웨덴과 덴마크, 오스트리아도 과이도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