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빙자한 인권 파괴… 절대 안 돼” 체육계 女선배가 후배들에게

입력 2019-02-04 18:39
뉴시스

신정희 대한하키협회 부회장이 최근 체육계에서 불거진 미투 사건에 대해 “용기내준 후배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제왕적인 1인 지도자 체제를 바꾸고 여성 지도자의 진출이 제도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여성 체육계 선배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반성문을 적었다. 4일 여성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신적 고통 속에서 묵묵히 지옥훈련을 이겨내고 있을 여성 후배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입을 열었다. 신 부회장은 이번 체육계 미투 사건을 ‘스포츠에서도 인권이 지켜져야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로 봤다.

그는 “스포츠 정신은 반칙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싸워야 가치가 있다. 여성 선수들이 훈련 과정에서 지도자의 폭언과 폭행을 감당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선배들이 인권이 보장되는 스포츠 환경을 만들고 후배들에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줘야 했지만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우리 세대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쉬쉬하며 침묵을 배워야 했다. 나 역시도 여성 선수로서 존엄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무지했다. 스포츠계에서 인권이라는 영역에 큰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이런 범죄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며 범죄를 저지른 지도자가 스포츠 현장에 남아 있어서도 안 된다.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고 반칙을 저지른 지도자는 자격이 없다. 훈련을 빙자해 타인의 인권을 파괴하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잘못을 저지른 지도자를 엄벌하여 다시는 스포츠계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온정주의로 피해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짓밟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스포츠 인권 교육프로그램 강화 ▲제왕적 1인 지도자 체제 탈피 ▲ 여성 지도자 양산 등을 제시했다. 선수들이 자신의 존엄을 파괴하는 공격 앞에서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지킬 용기와 힘을 길러주는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의 아픔을 소홀히 해온 것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한다. 직접 실명을 걸고 자신의 피해를 알리는 용기를 내준 후배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심을 갖겠다는 다짐을 한다. 지도자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관계자들도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한다”고 성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