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폭행한 아빠에게 아이 글 전했나” 日 10세 소녀 사망 후폭풍

입력 2019-02-04 06:00


아빠의 폭행을 막아달라며 학교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결국 아빠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10세 소녀 사건으로 일본 전역이 들끓고 있다. 교육당국이 폭행 피해가 적힌 설문조사지를 가해자 아빠에게 건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3일 NHK방송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지바현 노다시 교육위원회에는 사건이 보도된 1일부터 이틀간 총 1000여건의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분노한 시민들은 “왜 아빠에게 아이가 작성한 답변을 전달했나” “아이 생명을 구할 수는 없었나”며 당국의 부적절한 대처를 질타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지바현에 사는 미아(10)양이 부친 A씨(41)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지난달 24일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미아양의 온몸에는 멍 자국이 발견됐고,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다.

일본 사회의 분노는 당국이 적절히 대처했다면 미아양의 사망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데서 더 커졌다. 미아양은 2017년 11월 학교에서 실시한 집단괴롭힘 설문조사에서 “아빠로부터 폭행당하고 있다. 한밤중에 일으켜세워 발로 차고 때린다. 선생님 방법이 없을까요”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설문조사지는 익명으로 작성이 가능했지만 미아양은 자신의 이름까지 적었다.

하지만 학교 측의 대처는 허술했다. 당시 지역의 아동상담소는 미아양을 부친으로부터 격리 조치했지만 한 달이 지난 뒤 친척집에서 생활하는 조건으로 보호조치를 해제했다. 이후 A씨가 “왜 남의 아이를 유괴하느냐. 고소하겠다”고 항의하자 학교 측은 설문조사 내용을 언급했고, A씨가 조사지를 보여달라고 하자 미아양이 작성한 조사지 사본을 A씨에게 건넸다.

미아양은 이후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다. 교육당국은 미아양이 지난달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잠시 아이가 학교를 쉴 것’이라는 A씨 말만 믿고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