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연휴 때 부산 처가에 가는 30대 남성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결혼 후 첫 명절이었던 지난해 추석 때 처가 식구 호칭 문제로 속을 끓였던 기억 때문이죠.
A씨 아내에게는 오빠가 한 명 있는데요, 나이는 A씨보다 한 살 어리다고 합니다. ‘처남’이라고 부르면 된다고 생각했던 A씨는 “처남은 손아랫사람에게 쓰는 표현”이라며 ‘형님’이라고 해야한다는 처가 반응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난관은 또 있었습니다. 오빠의 아내를 뭐라 불러야 하느냐는 거였습니다. 국립국어원 검색 결과 ‘아주머니’라는 답이 나오자 A씨는 더 당황했습니다.(남성이 아내에게 ‘아주머니’를 가리킬 때는 ‘처남댁’이라고 부른다고 국립국어원은 소개합니다.)
‘아주머니’ B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편 여동생의 남편인 A씨를 ‘서방님’으로 불러야 했기 때문이죠. A씨는 3일 “설에 만나면 지난해 추석 때처럼 서로 호칭 없이 인사만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복잡하기만 한 식구들 간 호칭은 명절을 괴롭게 하는 주요 이유로 꼽히기도 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도련님·서방님·아가씨’라는 표현에 대해 여성 응답자의 93.6%, 남성 응답자의 56.8%가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호칭들은 대표적인 ‘성차별적 표현’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유독 남편 쪽 식구들만 높여부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안으로는 처남·처제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부남·부제’(여성 60.7%, 남성 40.1%), 상대방 이름에 ‘~씨’만 붙이기(여성 54.0%, 남성 53.3%, 복수 응답)를 꼽았다는데요. 다만 이런 표현을 써도 어색한 분위기가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네티즌 여러분은 이번 설연휴 때 가족 간 호칭에 대해 나름의 ‘해법’을 준비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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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