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었다”던 김현미가 진단한 집값… “여전히 비싸다”

입력 2019-02-02 10:5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알릴레오'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연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캡쳐

“지금 집 사도 되냐.”
아마 이 질문은 전국의 아파트와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을 이끌고 있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일 것 같다. 이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직접 했다.

2일 오전 0시15분 공개된 유 이사장의 팟캐스트 ‘알릴레오’를 통해서다.
이날 김 장관은 ‘알릴레오'에 출연해 약 1시간 동안 2017년 취임 후 진행한 부동산 정책과 향후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유 이사장의 첫 질문에 김 장관의 답변은 조심스러웠다. 장관의 말 한마디에도 출렁이는 부동산 시장 특성 때문이었다.
김 장관은 “집 사라고 하면 ‘집값 오르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사지 말라고 하면 ‘정부가 나서서 거래 막는구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2017년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했던 취임사를 꺼냈다.
김 장관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말했고 그 말로 1년 반 지냈다”면서 “살 집 필요하면 사는 것이고 이 집 사서 돈 많이 벌어야겠다 생각하면 정부와 제가 지향하는 정책과 맞지 않다”고 했다.

최근 집값이 하향곡선을 타고는 있지만 여전히 서민이 집을 사기엔 집값이 비싸다는 진단도 잊지 않았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집값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엄청나게 큰 폭으로 떨어져 집 없는 서민이 집을 살 수 있게 된 정도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알릴레오'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연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캡쳐

부동산 정책을 집행하면서 겪었던 마음고생도 털어놨다. 가장 힘들었던 시점은 지난해 서울시의 개발 계획 발표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을 당시다.
유 이사장이 “그때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딱 죽고 싶었다”는 말로 당시 심경을 정리했다.
김 장관은 또 “집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고 전·월세 가격은 안정돼서 주거 안정하도록 하자는 건데 시장에서 반대로 작동하면서 집값이 폭등했다”며 “정부 정책과 거꾸로 가는 집값에 나는 뭐하고 있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장관) 사표 정도도 아니고 내 존재 이유에 대해서 너무 절망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며 “버티기 힘들었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예정지를 발표한 뒤 수도권 집중을 가속한다는 지적에는 “신도시에 대해 주민 70∼80%가 찬성하고 있다”며 “현재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3%지만 수도권은 여전히 98%로 모자란 수준이며 수도권 거주자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신도시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수도권은 인구가 많아 도로나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비용 대비 효과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지방은 인구가 적어 아무리 경제성을 높이려 해도 예타 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이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예타는 필요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들이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경제적 변수만 따지고 무형의 편익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좀 더 합리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도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 공사를 들며 유 이사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 장관은 “호매실 주민들이 화가 아주 많이 나신 것을 알고 있다”며 “주민들이 교통개선분담금을 5000억원이나 냈는데 10년째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주민이 분담금을 낸 경우 예타를 다른 방식으로 하기로 기획재정부와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1분기에 예타 신청을 넣어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이번 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의 핵심 키워드는 시세를 반영해 공시가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오는 4월 발표하는 아파트 공시가격도 많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장관은 “단독주택은 현실화율이 51%를 조금 넘지만 아파트는 68%로 주택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시세가 많이 오른 곳은 그만큼 공시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지만 단독주택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시세 15억원 이상 주택 위주로 많이 올렸는데, 아파트도 그런 양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