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8]‘노회찬 지역구’서 설 맞은 정의당…재보선 승리에 ‘올인’

입력 2019-02-02 05:00 수정 2019-02-02 07:32
“올인”

재·보궐선거를 두 달 남짓 앞둔 정의당의 각오는 남다르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 성산은 무주공산이 됐다. 오는 4월 3일 선거를 치르는 정의당과 그들이 필사적으로 사수하려 하는 이 지역구를 주요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노회찬’과 ‘권영길’의 지역구

‘창원 성산’이 두 인물의 지역구였다는 것만 봐도 정의당에 이곳이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1세대 진보정치를 상징하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 지역에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그의 득표율은 3.9%에 그쳤지만 한국 정치에서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전 의원 역시 그에 버금가는 정의당의 대표 정치인이었다. 특유의 입담을 주 무기로 거대 정당의 유력 인사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의 서거 후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는 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고, 이후 정의당의 당원 수도 폭증했다.
이 외에도 5개 의석을 가진 정의당에서 4개 의석이 비례대표라는 점은 ‘지역구’에 목마른 정의당의 필승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홍준표 막말’의 주인공, 여영국 후보

이번 창원 성산 지역구 재·보궐선거에서 정의당 후보로 나서는 이는 여영국 경남도당위원장이다. 그는 지역 당원 98.8%의 지지를 받아 공식 후보로 확정됐다.
재선 경남도의원 출신인 여 후보는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로부터 ‘쓰레기 막말’을 들었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도의원 재직 시절인 지난 2016년 7월, 홍 전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다 홍 전 지사로부터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홍 전 지사 측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수차례 고소·고발을 주고받기도 했다.
여 후보는 ‘동지 노회찬’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선거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3년 전 노회찬 의원을 창원으로 데려온 사람이 바로 저”라며 고인의 뜻을 이을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여영국 후보.

▲정의당 총력 지원, ‘제2의 당사’까지

정의당은 창원 성산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전 당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섰다. 중앙당에서도 당직자들을 파견해 지원에 나섰다. 당은 설 이후 파견 당직자 수를 10여 명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정미 대표의 지원 행보가 남다르다. 이 대표는 설을 앞둔 1일에도 여 후보와 함께 창원중앙역, 가음정시장 등에서 주민들을 만나 귀성 인사를 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 돼서야 본인의 활동 기반인 인천 송도로 돌아갔다. 이 대표의 각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2월 중순 예정된 국회의장·5당 대표 방미 일정을 마무리한 뒤, 창원에 거처를 마련해 상주하며 여 후보를 돕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이쯤이면 창원에 제2의 당사를 마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당의 ‘대모’ 격인 심상정 의원도 여 후보와 막역한 사이로, 그의 후원회장을 맡아 캠프의 든든한 도우미를 자처했다.

▲‘정의당’ <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정의당은 지난해 4월 2일, 민주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꾸렸다. 교섭단체 성립 요건인 의원 수 20명을 채우기 위해 14석의 평화당과 6석의 정의당이 힘을 합쳤다. 이 단체는 노 전 의원이 사망한 그해 7월 23일을 끝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정의당과 평화당의 입지도 크게 줄어들었다.
교섭단체는 쉽게 말해, 국회 운영에 참여할 ‘자격’과도 같다.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 상임위원장, 상임위 간사 파견, 국회 의사일정 조정 등의 권한이 주어진다. 교섭단체의 붕괴는 위 모든 것의 상실을 의미한다. 원내협상에서도 소외되기 쉽다.
정의당이 도약할 ‘거의 유일’한 방법인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원내협상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정의당이 이 지역구를 필사적으로 사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5월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 왼쪽부터 노회찬 전 평화와정의 의원모임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

▲관건은 ‘단일화’

각 정당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며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한 창원 성산. 범진보 진영(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중당)은 일찌감치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19대 총선 당시 단일화 실패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진보 진영을 필두로 단일화에 나서고 있지만 여론조사 대상 등을 놓고 견해차가 크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관건은 정의당과 민주당의 단일화 여부다.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권민호 예비후보는 “단일화는 당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중앙당의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면 그에 따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는 쉽사리 공천을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단일화를 안 하면 그 지역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며 필요성을 말하고 있고, 우상호 의원 등 중진 그룹에서도 “이 지역구를 정의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며 여러 난제가 겹친 상황에서 정의당마저 등을 돌릴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여당으로서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