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초등학교가 가정폭력 피해를 알린 10살 여자아이의 설문지를 가해자인 부친에게 전해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한 끝에 결국 숨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일(현지시간) 딸 A양(10)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바현에 거주하는 부친 B씨(41)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A양은 지난 1월 24일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숨진 A양의 온몸에서는 멍 자국이 발견됐으며 경찰 조사 결과 부친이 상습적으로 폭력을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A양 사망 당일 부친은 가정교육이란 명목으로 A양을 벽에 세워놓고 수차례 때렸으며, 숨지기 직전에는 강제로 찬물 샤워를 시키는 등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조사에서는 당국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2017년 8월 A양의 친척은 관계 기관에 부친이 A양을 협박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해당 기관에서는 부친과 연락이 닿지 않자 협박이 학대에 해당하는지 모호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한 A양은 2017년 11월 학교에서 벌인 ‘집단 괴롭힘 설문조사’에서 “아버지에게서 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밤중에 일으켜 세워서 발로 차거나 손으로 때리거나 합니다. 선생님 제발 구해주세요”라고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역 아동상담소는 A양을 부친에게서 격리시키는 ‘일시 보호’ 조치를 했지만 한 달 후 위험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해 A양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부친은 학교와 지역 교육위원회에 “자신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항의했다. 그는 딸이 작성했던 설문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고, 학교는 설문지를 그대로 복사해 넘겼다.
이후 A양은 지난달 초부터 등교하지 않았다. A양의 계속되는 결석에도 학교의 대응은 무책임했다. A양 학대사건이 발생한 지 1년 이상 지났고 부친에게서 당분간 딸이 학교를 쉴 계획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스즈키유 노다시 시장은 지난 1월 31일 기자회견에서 “기관들이 정확하게 사건의 연계를 못한 탓에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교육 당국이 아이를 지키지 않는 최악의 대응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