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문제를 두고 정보당국과 마찰을 빚은 후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하루 만에 ‘이견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정보 당국과 이견을 빚은 책임을 모두 언론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으로부터 정례 정보브리핑을 받고 트위터에 “이란, ISIS(이슬람국가), 북한 등에 관한 우리의 의견은 매우 많이 일치한다”고 썼다. 이날 브리핑 장면이 담긴 사진도 찍어서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이란 문제에 관해 자신과 이견을 노출한 정보기관 수장들과 공개적으로 충돌한 지 하루 만이다.
코츠 국장은 지난 29일 청문회에서 “현재 우리는 북한이 WMD 역량을 유지하려고 하고,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리라고 평가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표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에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최상”이라며 “정보기관은 다시 학교에 다녀야 할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과 전직 정보기관 수장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연출된 사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아침에 다른 주장을 하면서 그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그는 백악관 브리핑을 마친 뒤 트위터에 “그들(정보당국 수장들)은 화요일 상원 청문회에서 한 말이 미디어에 의해 잘못 묘사됐다고 내게 전했다”면서 “언론이 그들의 증언을 왜곡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상원 정보위 청문회 증언 전체를 읽어볼 것을 제안한다”며 “나는 우리 정보당국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썼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정보기관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들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에서 주최한 강연에 참석해 “만약 내가 같은 정보를 제시한다면 (북한이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대신) 북한이 미국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정도로만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비건 대표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정보기관의) 정보를 문맥에 맞지 않게, 정책과 분리해서 보게 된다면 불완전한 그림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