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영상] “계란으로 바위 깼다… 사회는 미투 전후로 나뉠 것”

입력 2019-02-01 17:53

위력으로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피해자 김지은씨를 지지하는 여성단체들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라며 환호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1일 오후 2시30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1심 재판부가 수행비서 김씨에게 ‘피해자다움’이 없다는 이유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면, 2심 재판부는 “반드시 피해자다울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158개 여성·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실형선고가 나온 뒤 환호성을 질렀다. 공대위는 재판이 끝난 오후 4시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는 미투운동 전후로 나뉠 것”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특히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계란으로 바위를 깬 격”이라며 감격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위력에 대해 좁게 해석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판단 기준으로 처벌 공백이 만연하던 ‘우월적 지위’ ‘업무상 위력’ 성폭력 사건에 대해 그 특성을 적확히 파악해 판단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위력은 존재하나 행사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1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피해를 일으키고, 수많은 여성의 공분을 초래한 데 대해 사법부가 겸허히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고 소리쳤다.

이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유·무형의 영향력으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고 성적 침해를 저지르는 것을 더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언론을 통해 고발하지 않아도 법적·사회적 보호를 받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사법부 역할만으로 지독한 가해자 중심사회에서, 위력에 사로잡힌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우리 사회 전체가 가해자 중심사회, 위력에 사로잡힌 구조와 문화에 대해 질문하고 미투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는 미투운동 전후로 나뉠 것”이라며 “문화, 예술, 체육, 종교, 군대 등 모든 영역에서 성평등 정의가 실현되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장윤정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김씨를 대신해 “잠시나마 안희정과 분리된 세상에서 살게 됐다. 어떻게 거짓과 싸워 이겨야할지보다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겠다. 말하지 못하고 내 재판을 지켜봤을 사람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낸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지, 최민석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