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안희정 유죄’ 환영…“성인지감수성 정확히 이해한 판결”

입력 2019-02-01 17:21 수정 2019-02-01 17:30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여성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이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일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력의 존재가 곧 행사일 수 있음을 인정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이날 피감독자 간음 4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차례, 강제추행 5차례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공대위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입법 취지를 반영한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라며 “1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피해는 물론 수많은 여성들의 공분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법부가 겸허히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선고 결과가 3심에서도 유지돼 지위와 권세, 위력을 이용하는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도 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대위는 “우리는 사법부의 역할만으로 지독한 가해자 중심사회에서, 위력에 사로잡힌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며 “피해자를 꽃뱀으로, 거짓말쟁이로 모는 부당하고 차별적인 잔혹한 공동체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가해자 중심·위력에 사로잡힌 구조와 문화에 대해 질문하고 ‘미투’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도 “이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끝까지 싸우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여성학계는 이번 판결이 ‘피해자다움’의 틀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당연한 판결을 1년을 기다려야 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말하는 성인지감수성의 뜻을 정확히 이해한 판결이라고 본다”며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맥락을 읽어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권김현영 성공회대 외래교수도 페이스북에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드디어 물어본 결과 피고인 안희정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는 사실이 인정됐다”며 “유죄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의 상식적 판단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복동 할머니 보내 드리는 날, 안희정씨 구속형 나왔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