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정면충돌할 전망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및 장비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두 업체는 전력을 다해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달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5G 기술이 가장 뛰어난 회사는 화웨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화웨이가 30건 이상의 5G 상용 계약을 체결했고, 2만5000개가 넘는 5G 기지국에 장비를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5G 관련 특허를 2570개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베이징연구소에서 5G 기지국용 핵심 칩 ‘톈강’도 공개했다. 기존 칩에 비교해 높은 집적도를 구현했고 연산능력을 2.5배 높였다는 게 화웨이 설명이다. 이 칩을 적용하면 기지국 크기를 50%, 장비 중량은 23%, 에너지 소모를 21% 줄일 수 있으며 LTE 기지국보다 설치 시간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5G 스마트폰용 모뎀칩 ‘바롱5000’과 이를 활용한 라우터도 소개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제품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에서 폴더블 5G 스마트폰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 출시 시점을 오는 6월로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보안 논란과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화웨이를 퇴출하는 나라가 늘고 있어 상대적으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세계 LTE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28.9%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그 뒤를 스웨덴 에릭슨(27.6%)과 핀란드 노키아(25.8%), 삼성전자(11.0%)가 이었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5G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스마트폰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바짝 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2억7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삼성전자(2억9460만대), 애플(2억960만대)에 이어 3위를 차지한 것이다. 화웨이는 기세를 몰아 올해 2억3000만 대를 판매하며 애플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둔화하는 가운데 화웨이만 10%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화웨이는 5G 시대를 계기로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MWC 2019에서 공개하는 전략 스마트폰 P30 시리즈와 폴더블폰이 플래그십 시장을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강세인 중저가폰 시장을 확대하면서도 플래그십 시장에선 애플과 경쟁해야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10주년 기념작 갤럭시S10 시리즈와 폴더블폰, 5G 스마트폰을 함께 공개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