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글을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세 가지 주일 예배 풍경을 우선 떠올려봅니다.
첫 번째 풍경입니다.
교인들을 가득 태운 버스들이 속속들이 커다란 교회 주차장으로 줄을 지어 들어옵니다. 예배당에 들어서면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양식과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예배자들을 맞이합니다. 편안하고 고급스런 의자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예배의 시작을 기다립니다. 마침내 사회자가 나와 예배 개회 선언을 하면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일어나 오르간 소리에 맞춰 묵도로 예배가 시작됩니다. 강단 앞쪽에는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가 위치해있고, 성가대는 강단 좌우로 거대한 날개처럼 펼쳐져 노래합니다.
음향은 성가대석에 위쪽에서부터 내린 고급 마이크와 스피치 전용 마이크가 설교자의 단상 앞에 놓여 있습니다.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탓에 예배 중에 각종 소음이나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안내자들에게 중요한 직무입니다. 목사님께서 강단 마이크 앞으로 걸어 나오셔서 설교가 시작되면, 마치 “바로 지금이 진짜 예배의 시작이야!”라고 누군가 선언한 것처럼, 그 시간에 맞춰 분주하게 들어오는 성도들은 안내자들의 능숙한 인도로 빈자리를 찾아갑니다.
그렇게 설교가 끝나면 마무리 기도와 축도가 끝난 후 성가대의 축도송과 함께 서로 기품있는 미소로 인사하고, 자연스럽게 본당을 빠져나가 교회 식당으로 가거나 개별 모임으로 흩어집니다.
두 번째 풍경입니다.
현대건축의 트랜드를 반영한 디자인과 그 교회의 정신과 종교적 의미가 근사하게 조화를 이룬 예배당 주변에는 세련되고 멋진 현수막과 센스 넘치는 컨셉의 행사포스터들이 질서정연하게 부착되어 있습니다. 작은 부분에도 세심한 의도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존중받는 느낌을 가지게 해줍니다.
그렇게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면 깔끔하고 신선한 인테리어와 최고의 사운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교회와는 사뭇 다른 독특한 주보와 최신 모션 그래픽 기술을 배경으로 한 예배 준비용 자막이 초고화질 화면으로 생중계됩니다.
곧이어 예배가 시작되면 찬양인도자는 세련된 미소와 부드러운 미소와 간단한 인사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오랫동안 교회를 지켜오신 몇몇 성도들은 다소 익숙하지는 않지만 교회와 청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롭고 낯선 찬양을 열심히 따라 부르시려고 노력하시기도 합니다. 개혁적인 교회답게 엄숙한 묵상기도보다는 요즘 많이 불리는 찬양들로 자연스럽게 예배를 시작하고 때로는 시작부분에 서로 축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렇게 찬양이 끝나면 바로 기도와 말씀이 이어집니다. 어떤 목사님은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들거나 아예 핀마이크를 사용하면서 멋지고 슬림한 강대상 앞에서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역동적인 설교를 이어갑니다. 억압적이고 명령조의 딱딱한 문어체 형식의 설교가 아니라 대화식이며 적용이 아주 구체적인 구어체 형식의 설교가 한편의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이어지고, 설교가 끝나면 자연스레 잘 훈련된 예배음악사역 팀에 의해 기도와 찬양의 순서가 이어지고 끝까지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축도까지 이어집니다.
그렇게 예배가 끝나면 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지면서 화면에는 교회 주요 뉴스가 계속해서 중계되며 성도들은 자연스레 예배당을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풍경입니다.
예배 10~20분 전 교회 최고의 멀티플레이어인 교육전도사님이 운전하시는 작은 봉고차가 교회 좁은 앞마당으로 급하게 빨려 들어옵니다. 상가건물인 경우엔 좁은 지하주차장이나 갓길 주차구역에 차를 대고 성도들을 신속하게 이동시킵니다.
전도사님은 평일에는 신대원 공부로, 주말에는 사역을 준비하느라 피곤에 지친 모습을 가끔은 들킬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예배실로 뛰어가 기타를 잡습니다. 봉사할 사람이 없어서 일인 다역의 역할을 하시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회중석에는 열심 있는 교사 몇 분이 어색해하는 성도들을 다독이며 옆에 앉아 계속 신경을 써줍니다. 새로 보이는 한사람은 그들에게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입니다. 안 그래도 작은 본당에 빈자리가 더 커 보입니다.
아까 그 전도사님은 다시 기타를 잡고 섬길 사람이 없어서 직접 배운 코드 몇 개로 부족하지만 힘을 다해 열심히 찬양하십니다. 찬양팀의 맴버들과 성가대의 구성원들은 귀하디 귀한 소수의 청년들과 오랫동안 헌신해오신 열정적인 장로님 권사님 혹은 집사님이십니다. 그렇게 목사님의 말씀이 끝나고 광고와 축도까지 끝나면 몇몇 청년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작은 식당 겸 유아부실에 상을 폅니다.
찬양을 인도하시던 그 전도사님은 예배가 끝나면 아동부 아이들을 데려다주기 위해 아까 그 봉고차를 향해 다시 달려갑니다.
조금은 극적으로 표현한 부분도 있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이 매주 직면하고 있는 예배의 모습은 어쩌면 세 번째 풍경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롤모델로 삼고 배우는 유명 예배음악 사역팀의 영상자료들은 주로 고퀄리티의 실력을 가진 전문팀이고, 그 영상에 나오는 회중들은 예배를 사모하며 전국에서 모여든 그야말로 준비된 회중들입니다. 그래서 그 영상을 참고로 자신의 예배환경을 생각하게 되면 자칫 우리의 예배가 그들의 예배와 비교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무리한 목표 제시로 인해 피로감과 괴리감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선교지에 있는 대안 음악학교에서 찬양팀 세미나 부탁을 받아서 밴드 앙상블 수업을 준비해 갔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니 교회마다 거의 기타만 있거나 조금 상황이 괜찮으면 피아노와 젬베같은 간단한 리듬 악기가 더 있는 정도여서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해외선교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닙니다. 한국 교회 중에 제대로 된 풀 밴드로 예배를 섬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교회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우리 예배음악사역의 현실입니다.
이 글은 무엇보다 지극히 일반적인 한국교회의 예배음악사역의 환경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을 함께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찬양팀을 섬길 수 있는 인원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 사람의 리더가 고스란히 떠맡게 되는 찬양사역의 부담되는 상황을 감안하였습니다. 섬길 사람이 부족한 다른 사역도 마찬가지겠지만 특별히 교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예배와 관련된 사역이기에 예배음악 사역팀 리더 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사역은 한편으로는 참 버겁습니다. 예배음악사역에 대한 성경적인 기초, 음악적인 기술, 인도법, 목양적인 마인드, 선교와 문화에 대한 안목, 팀미니스트리와 리더십, 교회와의 갈등 해소 등 그야말로 총체적인 능력을 요구받는 참으로 무거운 자리입니다.
이런 부분을 배우고 습득하기 위해 많은 예배음악사역자들은 개인적으로 예배에 관련된 서적을 읽거나, 아니면 예배세미나에 참석합니다. 흔히 이런 세미나를 주최하는 교회나 예배음악사역 단체는 예배의 정의에서부터 자세, 기술적인 부분, 팀 사역에 이르기까지 각 파트별로 탁월한 강사들을 섭외하여 파트별 최고의 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거기에 추가적인 심화학습을 원하는 수강생들을 위한 장기 훈련 코스가 개인 레슨 혹은 학원이라는 형태로 운영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실용음악과에 입학하여 전문적인 기능을 학습하여 전문 기능인이나 사역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예배음악사역을 돕는 사역들은 한국교회의 예배음악사역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현지에서 예배음악사역을 세우시는 선교사님들을 뵙게 되면 가장 많이 요청하시는 부분이, 좋은 악기나 교육 커리큘럼도 좋지만 한 사람의 훈련된 예배음악사역자가 더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가르칠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실의 상황을 함께 하며 그 곳에 맞는 예배 사역들을 세팅해나갈 동역자가 실제로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혼자 스스로 질문해 보았습니다.
“만일 예배가 세워져야 할 곳에 오직 한 사람의 예배자만 있다면?”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현지 사역자들의 요구대로 가장 좋은 것은 그와 함께 할 한 사람의 훈련된 예배음악사역자이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 과연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 사람 같은 글은 없을까?”
그런 고민 끝에 저는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 글의 주제를 생각해냈습니다.
“한 명의 예배음악사역자와 함께 하는 한사람 같은 글.”
필자는 20여 년 동안 개인적으로 다양한 사역을 경험해왔습니다. 1999년 소망의 바다 앨범을 시작으로 10여 년간 CCM 아티스트로서 작사, 곡, 편곡, 노래, 프로듀싱 등을 경험하고, 2003년부터 10여 년간 소망의 바다 미니스트리 대표를 세우고 이끌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며 팀 사역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부터 10여 년간 여러 대학교 교회음악과 관련된 강의들을 진행하였고, 2008년부터 10여 년 간 전통적인 지역교회와 아름답게 성장하는 개척교회,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청년 교회의 찬양팀 사역까지 교구사역과 청년 사역, 예배음악사역과 문화사역을 다양하게 맡아 사역해왔습니다.
이렇게 지나온 사역들을 나열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그 어느 것 하나 성공적이라 자신할 수 없고 또 헛되었다고 단언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다시 돌아보며 깨닫게 되는 사실은, 그렇게 예배음악사역의 전반적인 부분을 경험해 온 필자의 작은 삶의 여정이 하나의 글이 되고, 한 사람의 예배음악사역자 곁에 사람처럼 함께 있어줄 수 있다면 작은 도움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마치 한 사람의 예배음악사역자가 완벽하지 않듯이 이 글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각 부분에서 최고 난이도의 이상적인 수준의 내용들을 다루기보다는 한 사람의 사역자가 종합적으로 예배음악사역에 대해 알아야 할 다양한 내용들을 기본적인 요소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하여 다루는 정도의 방식이 될 것입니다.
부디 이 글이 독자들의 사역 현장에서 묵묵히 곁을 지키는 좋은 친구 같은 동역자로 서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전영훈 (삼일교회 청년부 사역 담당목사, 소망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