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힘을 뺐더니 팔로워가 몰려왔다

입력 2019-02-03 05:03 수정 2019-02-04 05:03

어깨에 힘을 뺐다. 정부부처는 근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막’ 날렸다. 한달 새 팔로워가 300명에서 3000명으로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인스타그램 계정 이야기다.

페이스북이 아저씨들 놀이터라면 인스타그램은 젊은이들 필수품이 됐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말보다는 강렬한 한 컷의 사진이 통하는 시대다. 정부정책을 홍보해야 하는 중앙부처는 대부분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의무적으로’ 운영한다. 그러나 대부분 재미가 없다. 그냥 없는 게 아니라 무척 재미가 없다.

공정위 인스타그램도 그랬다. 2014년 만들어졌지만 5년 동안 모은 팔로워는 300명뿐이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연설하는 사진을 싣고 그 밑에 정책을 홍보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2명의 젊은이가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공정위 대변인실의 진미연(34·왼쪽)·박준형(26) 사무원이 그들이다. 처음에는 공정위 마스코트인 ‘공정맨’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캐릭터를 닮은 탈을 제작해 사무실에 공정맨 자리를 만들었다. 몸집이 작은 진 사무원이 탈을 쓰고 귀여운 포즈를 해 팔로워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성과가 조금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둘은 가장 쉽게 파고들 수 있는 만화를 생각했다. 그러나 예산을 써서 만화가를 섭외할 형편이 안됐다. 직접 그려보기로했다. 둘 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만화에는 문외한이었다. 무거움을 버리고 가볍게, 재밌게 그렸다. ‘후후...’ ‘아 힘들다’ ‘어우 속쓰려’ 등 짧지만 강렬한 코멘트를 달았다.

공정위 인스타가 이상해졌다, 골때린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 한 포털 사이트에서 가입회원 20만명을 자랑하는 한 카페에 ‘제대로 약 빤거 같은 공정위 인스타’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조회수가 7만을 돌파했다. 공정위 인스타는 하루 수백명의 팔로워가 생기더니 3000명을 돌파했다. 5년동안 300명에 불과했던 팔로워가 2주 사이에 2000명이 늘었다. 현재는 3500명을 넘은 상태다.

두 젊은이의 상식을 깨는 참신한 행동이 돈 한푼 안들이고도 정부 정책 홍보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냐” 는 우문에 “재밌을 것 같아 해봤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정규직 공무원도 아니다. ‘철밥통’ 공무원들이 보고 따라할 일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