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호(54) 경감은 이번 설 연휴 내내 출근을 한다. 그가 속해 있는 경찰청 교통국 고속도로순찰대(고순대)는 연휴기간 동안 암행순찰차를 운행하며 도로교통법 위반 차량 단속에 나서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예방해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 때문에 명절에 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고순대원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겁니다.” 휴대전화 너머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암행순찰대가 명절연휴 교통단속에 투입되는 것은 2017년 추석 이후 두 번째다. 경찰은 연휴가 끝나는 6일까지 전국의 암행순찰차 21대를 3개 팀으로 나눠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등 6개 노선에 집중배치한다.
암행순찰차는 2016년 도입, 그해 9월에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문 경감은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인 과속과 난폭운전, 갓길통행 등 법규위반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암행순찰차의 무서움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데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차량 전면과 측면에 마그네틱으로 된 경찰마크(탈부착 가능)가 부착돼 있다. 그릴 안쪽과 앞유리 위쪽에 경광등이 설치 돼있어 위반 차량 적발 후 경찰임을 알릴 수 있다. 내부에는 블랙박스 외에도 추가로 캠코더가 설치돼 있다. 문 경감은 “난폭운전 여부 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보다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채증 자료를 풍성히 얻기 위해 장비를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행순찰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사례는 과속과 지정차로 위반이다. 급격하게 차선을 바꾸는(일명 칼치기) 난폭운전도 자주 눈에 띄는 편이다. 문 경감은 “일반적인 차선 변경의 경우 지정된 차로를 이용하면서 옆 차보다 일정 거리를 앞서나간 후 방향지시등을 켜고 진행한다”며 “하지만 칼치기 운행은 앞차의 추월 방향과 옆 차선의 차량 거리는 신경 쓰지 않고 차로 변경해 추월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고 차량 흐름에 방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암행순찰차는 위반 차량 검거를 위해 고속주행을 해야 할 일이 빈번하다. 문 경감은 “터보엔진이 장착 된 현대 소나타 차량이 암행순찰차량으로 쓰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제네시스 G70 차량이 도입됐다” 설명했다. 향후 암행순찰차가 확대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성능 차량이 지속적으로 배치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암행순찰차의 성과는 눈에 띈다. 업무를 시작한 2016년 9월부터 1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 배치된 암행 순찰차(21대)는 차량 1대당 2300건의 각종 교통 법규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일반 순찰차(97대·1대당 1241건)보다 1.85배 많은 단속 실적을 냈다. 암행순찰차의 등장으로 단속이 강화되자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도 전년에 대비 각각 10.9%, 21.0%씩 줄었다. 지난해 7월에는 휴가철 특별단속에 투입돼 과속 511건, 난폭운전 26건 등 총 2438건을 적발했다. 지난 1월 1일에는 해맞이 이동차량이 많은 영동 고속도로 등에 특파돼 당일 28건을 단속했다.
이번 연휴에는 드론도 함께 투입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고 폭넓은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이 노선에서 발생하는 법규위반 행위를 채증하고, 암행순찰차에 위반차량 정보를 송출하는 현장단속 방식으로 사고예방활동을 전개한다.
문 경감은 “암행순찰의 최종 목적은 ‘언제 어디서나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에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부디 이번 설 연휴기간에 위법행위나 부주의로 인한 크고 작은 교통사고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