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보다 물류 서비스 산업에서 로봇의 연구개발 및 도입이 활발한 것은 물건을 포장하고 분류하고 나르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에서 노동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위험한 작업을 진행할 때 산업 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부터 충남 아산과 울산에 위치한 자동차 반조립 부품(KD) 물류기지 KD센터에 포장 관련 자동화 로봇을 도입했다.
하드웨어 포장 로봇은 각지에서 입고된 소규모의 KD 부품을 물류 목적지 별로 자동으로 분류한 뒤 대형 화물로 다시 포장한다. 협력사가 납품한 부품 상자들의 바코드를 스캔하고 분류한 뒤 새롭게 적재해 운송이 용이한 대형 팔레트(화물 운반대) 묶음으로 포장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드웨어 포장 로봇은 박스 1개를 포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인간이 직접 작업했을 때보다 4~5분 가량 단축시킨다”고 설명했다. 연간 제작 물량으로 환산할 경우 약 5600여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라스트 마일 분야에서도 로봇의 개발 및 활용이 늘고 있다. 라스트 마일이란 배송단계 중 소비자에게 물품이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말하는 것으로 최근 물류·유통업계에서 주목하는 서비스 분야이다.
현대그룹의 정보기술(IT)·물류 자동화 계열사 현대무벡스는 지난해부터 층간 이동이 가능한 로봇배달 서비스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기존에 단층 위주로 머물던 물류로봇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이용자가 로봇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로봇이 가고자하는 위치를 IoT 플랫폼에 알리고, IoT 플랫폼은 승강기에 명령을 내려 로봇이 자율 주행해 목적지에 다다르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 서비스는 병원이나 호텔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주목된다.
현대무벡스는 이를 위해 건물 내 로봇과 엘리베이터 및 출입 게이트 등에 상호 통신을 기반으로 한 ‘로봇 모니터링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최근엔 로봇지능화 솔루션 전문기업 테크플로어와 ‘라스트 마일 물류로봇 서비스 사업’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라스트 마일 분야에 로봇 제어 플랫폼을 활용해 건물 내 층간이동 배달 서비스, 신규 대단지 아파트 및 스마트 시티 등 제한적 실외 공간 배달 시범 사업 등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지난 연말부터는 국내 배달애플리케이션 1위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로봇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 시범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물류기업 차이냐오네트워크는 난징시에 있는 물류단지에서 중국 첫 IoT 로봇 배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배송해야 하는 택배 상품을 분류하는 것이 로봇의 업무다.
아마존은 지상에서 작동하는 상품 배송 자율주행 로봇 ‘아마존 스카우트’를 공개했다. 아마존은 “시애틀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이 로봇을 개발했으며 워싱턴주 스노호미시 카운티에서 6대의 로봇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6개의 바퀴가 달린 아마존 스카우트는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인건비 상승, O2O(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 비즈니스의 확산 등으로 물류 로봇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시장동향 연구보고서에서 “IT,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기술 등 혁신신기술의 융복합 가속화는 물류로봇 기술의 고도화를 가져다 줄 전망”이라며 “특히 자율주행 기반의 무인운반차(AGV) 활용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