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직원이 맥주를 줬는데…” 약물·성폭행 피해 호소한 여성

입력 2019-01-31 23:02 수정 2019-01-31 23:12
MBC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으로 알려진 ‘버닝썬’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애초 ‘폭행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버닝썬은 직원들의 성폭력, 클럽 내 약물 투여 등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20대 여성 A씨는 약 한 달 반 전 버닝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31일 MBC에 밝혔다. A씨가 지인과 함께 버닝썬을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15일 새벽. 그는 이날 한 태국인 남성을 만났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남성은 계속 위스키를 권유했다. 주량이 소주 4병 정도인 A씨는 작은 플라스틱 컵에 담긴 위스키 3~4잔을 받아 마셨다. 평소 A씨라면 무리 없을 양이었지만 얼마 뒤 정신을 잃었다. A씨는 “태국인 남성이 저한테 물을 계속 챙겨줬다. (위스키를) 마실 때마다 줬다”고 회상했다.

A씨가 눈을 떴을 때 본 풍경은 호텔 객실이었다. 위스키를 건네던 남성이 옆에 있었고, 곧 성폭행이 시작됐다. A씨는 “태국인 남성이 저를 폭행하며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제시한 병원 진단서에는 목과 흉부에 전치 3주의 상처가 났다는 소견이 적혀있었다. A씨는 산부인과에서도 열상을 입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호텔을 벗어나 경찰에 신고했다. 성폭력 상담센터에서 약물 검사까지 받았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현재 A씨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여성의 피해 고백도 방송됐다. A씨와 마찬가지로 20대인 B씨는 지난해 7월 홀로 버닝썬을 방문했다가 클럽 직원의 집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B씨는 “직원이 갑자기 친구들이 못 온다면서 자기와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며 “맥주를 마셨는데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이후 정신을 또 잃었는데 다시 깨어났을 땐 또 다른 클럽 직원이 있었다”고 했다.

MBC는 A씨와 B씨가 이른바 ‘물뽕(GHB)’이 든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물뽕은 향정신성의약품 중 하나로, 음료에 몇방울만 타 마셔도 10~15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난다. 통상 기분이 좋아지거나 다소 취한 느낌이 든다. 성범죄에 자주 악용되기 때문에 ‘데이트 강간약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뽕은 2001년 제 44차 유엔마약위원회에서 향정마약으로 분류됐다. 과다 복용 시 뇌사나 사망에 이를 위험까지 있는 약물이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성분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탓에 약물 검사로도 투약 여부를 알아내기 쉽지 않다.

이번 ‘버닝썬 논란’은 지난해 11월 클럽 보안요원과 손님 김모씨 사이의 폭행 사건 때문에 불거졌다. 김씨는 보안요원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와 보안요원을 모두 상호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러 여성으로부터 받은 제보 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에는 버닝썬을 방문했던 여성들이 물뽕이 섞인 음료를 마신 뒤 성폭력 피해를 당했거나, 클럽 내에서 물뽕을 투약하는 정황 등이 담겼다. 경찰은 이에 성폭력, 물뽕 등 버닝썬 관련 의혹을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