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자들, 피해자 만나 돈 받을때도 선호하는 곳 있다?

입력 2019-02-01 10:00 수정 2019-02-01 10:00

보이스피싱 피해자 이모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2시쯤 경기 수원 소재 전철역 성균관대 역 주변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피의자 엄모(28)를 만나 1980만원을 편취 당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48분쯤 서울중앙지검 금융범죄수사국 소속의 검사와 수사관을 사칭하는 엄씨 등 피의자들로부터 “당신의 명의가 도용돼 1억4000여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당신이 범죄자인지 피해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 직원을 만나 돈을 전달하고 당신 계좌를 홀딩시켜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자신 명의의 청약자금을 해지해 엄씨에게 건넸다. 수원중부경찰서는 엄씨를 지난달 10일 검거해 구속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편취하는 경향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범죄자들이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받는 장소도 선호하는 곳이 따로 있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는 이같은 대면편취 보이스피싱의 최대 발생 장소가 어딜까?라는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해 수사한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사례 248건을 분석했다고 1일 밝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또는 전철 역 주변이 110건으로 전체 분석 대상 범죄 중 절반에 가까운 44.4%를 차지했다.

이어 학교 주변 58건(23.4%), 노상 46건(18.5%), 카페 21건(8.5%), 기타 13건(5.2%) 순이었다.

경찰은 “지하철 또는 전철 역 주변을 범행 장소로 아주 높게 이용한 것에 대해 범죄자들이 도주가 용이하고 유동인구가 많아 감시가 상대적으로 힘든 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면편취 유형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대면편취 유형 보이스피싱 사례 248건 중 206건이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례였다.

경찰은 “2016년 37건이었던 대면편취 유형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지난해에는 248건으로 무려 6배 가량 증가했다”면서 “우선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하철·전철 역 등을 중심으로 관할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의 순찰을 강화하고 있으며, 범죄예방 포스터 등을 제작해 역사 주변에 홍보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2407건이었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지난해에는 5883건으로 144%나 증가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은 여전히 은행 또는 온라인거래를 이용해 돈을 송금하는 계좌이체 수법이다. 지난해의 경우 5883건 중 5448건이나 돼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 중 92.6%를 차지했다.

다음이 대면편취 유형 범죄로 248건(4.2%)이 발생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범죄수법·대응요령을 미리 인지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 또는 금융기관은 절대 계좌이체나 현금인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경찰(112)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