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동생은 ‘도련님’이나 ‘아가씨’인데, 아내의 동생은 ‘처남’이나 ‘처제’로 불린다. 시댁 식구에게만 존칭을 사용하는 등 가족 호칭이 남성 중심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에 최근 여성가족부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1일 가족 호칭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리얼미터는 2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 또는 ‘아가씨’, 아내의 동생을 ‘처남’ 또는 ‘처제’라고 부르는 가족 호칭의 성차별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이러한 가족 호칭이 ‘성차별적이지 않다’고 인식했지만 20·30·40세대의 여성과 남성은 가족 호칭의 성차별성에 대한 인식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조사 결과 현재의 가족 호칭이 ‘성차별적이지 않다’는 응답은 49.5%로 ‘성차별적이다’라는 응답 31.9%보다 17.6%포인트 높게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18.6%였다.
남성, 대구·경북, 보수층,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성차별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60% 이상으로 더 높았고, 50대와 60대 이상, 광주·전라와 서울, 부산·울산·경남, 경기·인천, 대전·세종·충청, 바른미래당 지지층과 무당층, 중도층에서도 ‘성차별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다수이거나 우세했다.
반면 여성의 경우 현재의 호칭이 ‘성차별적이다’라는 인식이 더 높았다. 30대와 40대, 진보층에서는 양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성차별적이다’라는 인식이 5.6%포인트 앞섰다.
연령별로 여성과 남성을 비교하면, 20대-60대 이상-50대-30대-40대 남성 순으로 모든 연령층의 남성에서 ‘성차별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모두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50대 여성과 60대 이상 여성에서도 ‘성차별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다수였다.
하지만, 40대 여성과 30대 여성, 20대 여성에서는 ‘성차별적이다’라는 응답이 60% 이상으로 조사돼 가족 호칭의 성차별성에 대한 40대 이하 남녀 간의 인식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신뢰 수준에서 ±4.4%p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지난 1월 22일 ‘제3차 건강가정 기본계획’을 통해 “부계사회 중심의 전통 사회에서 쓰던 가족 호칭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한쪽의 집안만을 높여 부르는 등 성별 비대칭적인 호칭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상반기 중 ‘가족 호칭 개선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