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소폭 줄었던 임금체불 신고 건수가 지난해 7.2%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둔 지난해 1월의 임금체불 신고가 전년 동월 대비 20% 가까이 급증했다. 아직 최종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올 1월에도 엇비슷한 추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에 경기 악화라는 악재가 겹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귀성길에 나서는 근로자들의 지갑 사정이 팍팍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임금체불 신고 건수는 모두 22만4781건이다. 2017년만 해도 20만9714건으로 2016년(21만7530건)보다 1만건 가까이 낮아졌던 임금체불이 급증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로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책정되면서 지불 능력이 떨어진 사업주들이 늘어난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다 2017년만 해도 3.1%였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 2.6%까지 내려앉은 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업주 입장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월별로 봐도 양상이 비슷하다. 지난해 1월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7년 1월 접수된 임금체불 신고 건수는 2만1366건으로 전년 동월(2만1473건)보다 미세하나마 줄었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에는 2만5438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1%나 뛰었다. 해당 시점은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된 때이기도 하다.
문제는 1월이 설 명절을 앞둔 근로자들의 지갑 사정을 결정하는 달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설 연휴가 2월 15일부터 시작된 만큼 1월 월급을 제대로 받아야 귀성길이 편안해진다.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9% 증가한 시급 8350원이 지난달부터 적용됐다. 이를 감안하면 본격적으로 귀성길에 오르는 이들의 임금체불 신고가 지난해 1월보다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고용부 관계자는 “월 단위로 임금체불 신고 건수를 집계하는데 보통 열흘 정도가 걸린다”며 “설 이후에나 정확한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체불임금을 정부가 우선적으로 주는 체당금 제도가 대폭 강화되기는 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임금체불 청산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현재 최대 400만원인 소액체당금 상한액을 최대 1000만원으로 올리고, 수령 기간도 7개월에서 2개월로 대폭 앞당겼다. 도산한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주는 일반체당금 지원한도액 역시 1800만원에서 2100만원으로 올렸다.
다만 이 조치는 올해 설에는 적용이 안 된다. 상한액을 올리고 수령 기간을 줄인 소액체당금은 오는 7월부터나 적용된다. 일반체당금은 내년 중에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소한 이번 설 연휴 때는 임금체불로 피해를 본 이들의 지갑 사정을 배려해 줄 장치는 부족한 셈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