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게 장관은 ‘몸값’ 높이는 수단?

입력 2019-02-03 05:00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19년 정부 시무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장관’의 국회 복귀가 잇따를 전망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1~2년씩 ‘잠깐’ 장관을 지내고 다시 국회로 돌아오는 의원들에 대한 국민 시선은 곱지 않다. 당직이나 다음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몸값 올리기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에서다.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장관으로는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들 장관의 임기는 1년 반 남짓이다. 진선미 장관은 지난해 9월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청문회 당시 “차기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었다. 야당 의원들이 ‘1년짜리 장관’이라며 공세를 퍼붓자 “이 일이라는 게 제가 하고자 해서 되는 것만도 아니고 임명권자 의견도 있기 때문에 출마하기에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의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개호 장관도 지난해 8월 청문회 때 “현재로서는 출마할 생각이다. 임기는 1년 반 정도”라고 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확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임명 이후 첫 대정부질문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는 국회법 제29조를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반복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같은 지적은 매번 흐지부지됐다.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 역시 정권 교체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정권별 현직 국회의원의 장관 비율을 집계했다. 집계 결과를 보면 김대중정부 19.8%, 노무현정부 13.2%, 이명박정부 22.4%, 박근혜정부 23.3%, 문재인정부 33.3% 등이다. 정 의원은 “과거 우파·좌파 모든 정부에서 의원을 겸직한 장관이 있었지만, 원칙적으로 대통령제 국가에서 겸직을 허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삼권분립 정신을 위배하는 것은 물론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감시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법부를 지배하는 여당이 장관으로 가는 건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융합이 되는 것”이라며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의원내각제를 도입하거나, 그렇지 않으려면 의원의 장관 겸직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