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이해충돌’이 화두로 떠올랐다. 주식 외에 부동산 재산도 백지신탁 제도의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해충돌 여부를 따져볼 제3의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구체적인 기준 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이해충돌 사례로 여겨졌던 것은 주식이다. 특정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의원이 주식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의정활동을 할 경우 재산 증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무연관성이 있는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려는 의원은 주식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주식과 함께 백지신탁 대상으로 거론됐던 재산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부동산은 재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여겨질 정도로 민감한 문제다. 국회의원과 지역 개발 이슈도 뗄래야 뗄 수 없는 특수 관계다. 특정 개발 이슈를 제기할 때 해당 의원이 관련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관련된 논란이 대표적이다. 송 의원이 경북 김천의 김천역을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김천역 바로 앞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많은 의원들이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 사안마다 이해충돌 여부를 따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도 부동산 관련 규제나 굵직굵직한 개발 사업을 논의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30명 가운데 최소 13명도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지정한 곳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모나 자녀 등 직계 가족이 규제 지역에 보유한 부동산까지 포함하면 절반을 넘게 된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규제 지역 부동산이나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한 의원이 국토위원에 임명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지역구 사업이나 부동산 규제에 대한 소신으로 의정 활동을 하더라도 결국 본인들의 이해관계와 이어지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손 의원 논란과 비슷한 구조다. 손 의원도 문화재 보존이라는 ‘선한 의도’를 강조했다. 재산 증식의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그 의도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 자체가 논란을 초래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지역구에도 집을 사지 않고 월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이해충돌 논란을 계기로 다시 한번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이해상충과 상관 없이 선출직 공무원이나 고위 공직자는 실수요 이외의 부동산을 백지신탁해야 한다”면서 “이해상충 문제를 피하기 위해 국토위나 국토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백지신탁이 논의된 바 있다. 2005년 부동산 백지신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고위 공직자가 재산 등록시 부동산 실수요 목적임을 설명하게 하고, 해명을 못하거나 설득력이 없는 경우 이를 백지신탁하게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유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지적과 실수요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별다른 결론을 맺지 못했다.
한국부패방지법학회장인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에 대한 논의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면서 “부동산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다면 백지신탁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투기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사안별로 가려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보유 자체만 가지고 이해충돌을 얘기하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이익과 관련한 정책을 강하게 주장한다면 이해충돌 위반 소지가 있겠지만, 부동산 보유 여부만 두고 이해충돌로 바라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다양한 방안의 이해충돌 관련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공직자 강남 부동산 이해관계충돌 방지법’을 입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공직자와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중 ‘강남 부동산 부자’는 부동산 관련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키는 내용이다.
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윤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지켜야 할 윤리 규범을 법제화하고, 의정활동을 감시할 국회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을 때 제3의 중립적인 기구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김영란법 개정안 발의에 착수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가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해당 직무를 맡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다.
김판 신재희 기자 pan@kmib.co.kr
그 많은 부동산을 갖고 의정활동 해도 괜찮은걸까
입력 2019-02-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