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닛산자동차를 살린 카를로스 곤을 마치 악마처럼 대하고 있다. 곤이 재판정에 나왔을 때 그의 배에는 짐승에게나 두를 법한 밧줄이 칭칭 감겨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곤’. 그는 일본에서 말도 안 되는 재판을 받고 있다.”
수십년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황제로 군림하던 카를로스 곤이 소득축소신고 혐의로 체포된 이후 일본 사법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곤 전 회장의 구금 기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고 여건도 가혹하다”고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서방 언론들은 일본 검찰이 곤 전 회장에 대해 ‘인질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곤 전 회장은 실제로 일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걸까.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CNN 등 서방 언론들이 일본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일본에서는 기소 전 용의자를 48시간 동안 잡아 가둘 수 있으며, 이 기간에는 변호인 입회 없이 심문이 진행된다. 이후에도 최장 20일까지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의 용의자 구금 기간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길다”며 “유죄라고 정해놓은 채 수사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곤 전 회장의 부인 캐롤도 “남편은 매일 몇 시간씩 변호사 없이 심문 받았다”며 “검사는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그를 비꼬고 질책했다”고 국제인권감시기구 도쿄지부에 보낸 편지에서 밝혔다.
두 번째는 피의자가 새로운 혐의에 대한 심문을 위해 다시 소환돼 구금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곤 전 회장이 장장 두 달여 동안 갇혀 있는 이유도 소득 축소신고 외에 특별배임 혐의 등이 추가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10년 전 곤 전 회장이 개인 투자로 손실을 본 18억5000만엔(약 187억원)을 닛산이 부담하도록 한 데에 따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내 재판을 쉽게 진행하려는 일본 검찰의 전략”이라며 “도쿄지검 특수부가 기소한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 확률이 지난 2017년 기준 99%에 달한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보도했다.
마지막은 도쿄 구치소의 열악한 환경이다. 횡령 혐의로 징역 10년이 구형된 마크 카펠레스 전 마운트곡스 최고경영자(CEO)는 “도쿄 구치소 수감 시절은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이어 그는 “50일 내내 쉬지 않고 심문을 받았다. 그냥 유죄를 인정해 버리고 싶을 때가 많았다”며 “구금 기간 동안 몸무게가 35㎏나 빠졌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도쿄 구치소는 수준 낮은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다다미가 깔려있는 독방은 화장실과 싱크대를 합쳐 6㎡ 넓이에 불과하다. 창문도 없고, 가구라고는 일기를 쓸 때 주로 사용하는 작은 테이블이 전부다. 난방시설도 형편없다.
특히 재소자는 하루 10시간 동안 정자세를 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자세가 구부정해지거나 잠들면 교도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교도관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재소자는 ‘처벌의 방’에 끌려가 몇 시간동안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바닥에 엎드리는 벌을 받는다. 카펠레스는 “구치소에서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바깥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형사사법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기모토 신 부검사는 “우리는 어떠한 목적을 갖고 수사하지 않는다”며 “수사와 심문은 법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회사 오카베앤야마구치 대표 야마구치 순지도 “곤 전 회장 수사에 대한 비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매년 범죄율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일본의 사법체계는 잘 작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들은 대부분 우리의 형사사법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