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곤’… 카를로스 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입력 2019-02-05 05:00
카를로스 곤이 지난 8일 도쿄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두한 모습을 그린 그림. 당시 곤은 "수사기관이 제기한 모든 혐의들은 근거가 없음을 밝히고 싶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AP뉴시스

“일본이 닛산자동차를 살린 카를로스 곤을 마치 악마처럼 대하고 있다. 곤이 재판정에 나왔을 때 그의 배에는 짐승에게나 두를 법한 밧줄이 칭칭 감겨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곤’. 그는 일본에서 말도 안 되는 재판을 받고 있다.”

수십년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황제로 군림하던 카를로스 곤이 소득축소신고 혐의로 체포된 이후 일본 사법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곤 전 회장의 구금 기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고 여건도 가혹하다”고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서방 언론들은 일본 검찰이 곤 전 회장에 대해 ‘인질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곤 전 회장은 실제로 일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걸까.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CNN 등 서방 언론들이 일본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일본에서는 기소 전 용의자를 48시간 동안 잡아 가둘 수 있으며, 이 기간에는 변호인 입회 없이 심문이 진행된다. 이후에도 최장 20일까지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의 용의자 구금 기간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길다”며 “유죄라고 정해놓은 채 수사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곤 전 회장의 부인 캐롤도 “남편은 매일 몇 시간씩 변호사 없이 심문 받았다”며 “검사는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그를 비꼬고 질책했다”고 국제인권감시기구 도쿄지부에 보낸 편지에서 밝혔다.

두 번째는 피의자가 새로운 혐의에 대한 심문을 위해 다시 소환돼 구금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곤 전 회장이 장장 두 달여 동안 갇혀 있는 이유도 소득 축소신고 외에 특별배임 혐의 등이 추가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10년 전 곤 전 회장이 개인 투자로 손실을 본 18억5000만엔(약 187억원)을 닛산이 부담하도록 한 데에 따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내 재판을 쉽게 진행하려는 일본 검찰의 전략”이라며 “도쿄지검 특수부가 기소한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 확률이 지난 2017년 기준 99%에 달한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보도했다.
도쿄 구치소의 지난 25일 외경. AP뉴시스

마지막은 도쿄 구치소의 열악한 환경이다. 횡령 혐의로 징역 10년이 구형된 마크 카펠레스 전 마운트곡스 최고경영자(CEO)는 “도쿄 구치소 수감 시절은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이어 그는 “50일 내내 쉬지 않고 심문을 받았다. 그냥 유죄를 인정해 버리고 싶을 때가 많았다”며 “구금 기간 동안 몸무게가 35㎏나 빠졌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도쿄 구치소는 수준 낮은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다다미가 깔려있는 독방은 화장실과 싱크대를 합쳐 6㎡ 넓이에 불과하다. 창문도 없고, 가구라고는 일기를 쓸 때 주로 사용하는 작은 테이블이 전부다. 난방시설도 형편없다.
특히 재소자는 하루 10시간 동안 정자세를 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자세가 구부정해지거나 잠들면 교도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교도관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재소자는 ‘처벌의 방’에 끌려가 몇 시간동안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바닥에 엎드리는 벌을 받는다. 카펠레스는 “구치소에서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바깥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형사사법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기모토 신 부검사는 “우리는 어떠한 목적을 갖고 수사하지 않는다”며 “수사와 심문은 법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회사 오카베앤야마구치 대표 야마구치 순지도 “곤 전 회장 수사에 대한 비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매년 범죄율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일본의 사법체계는 잘 작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들은 대부분 우리의 형사사법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